21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열린 한국의 밤 행사.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했다. 다보스포럼에는 기업인으로 일원으로 박 대통령과 동행했다. 선거대책위원장의 신분이 아니라 '여성CEO'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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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
김 회장은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박 대통령 당선의 1등공신이다. 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에 몸담은 것을 잠시 '외도'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비즈니스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김 회장의 외도기간 동안 성주그룹의 MCM 매출은 떨어졌고 주요 백화점에서 철수되기도 했다. 김 회장 말에 따르면, 외도 4개월 동안 200억원의 매출이 날라갔다고 한다. 그런 그가 다시 기업으로 돌아와 고삐를 죄고 있다.
일년에 80차례 비행기를 탈 정도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매달렸다고 한다. 싱가포르 쇼핑몰에 매장을 열어 동남아 진출을 꾀하고, 중국의 매장을 확대하고 일본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앞으로 3~4년 안에 한중일 세 나라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2015년까지 미국과 남미 시장에 진출해 1.5조원 가치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지난해 11월 15일 창립 23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어 글로벌 시장의 성공적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예전부터 정치권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왔다. 새누리당에 입당하기 전에는 당시 박근혜 후보를 비롯해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았다. 그런 그가 박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어머니의 마음을 지닌 여성'이라는 점이 컸다고 한다. 김 회장은 "내 철학은 '정직과 투명'인데 박 대통령이 이에 부합했다"고 대선 당시 말했다. 물론 박 대통령도 당시 김 회장이 만나자는 말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한걸음에 갈 정도로 공을 들였다.
김 회장은 박 대통령의 이런 삼고초려에도 입당 결심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를 멀리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마음에 밟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을 위한 기도를 하며'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김 회장은 박 대통령을 '그레이스 언니'리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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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
선거 과정에서 김 회장은 '파격'을 보여줬다. “재벌좌파", "정치엔 꽝무식꾼”, “영계 좋아해”, “여성도 군대 가야 한다” 등 거침없는 언사로 언론을 장식했다. 새누리당이 젊은층에 친근한 이미지를 심는 데 기여을 했다는 평가이다.
이제 그의 정치권 외도는 정말 끝난 것일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가 연성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김 회장의 가치는 정치권에서 여전하다. 패션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CEO 이미지, 가문의 배경, 직설적인 언사 등은 여전히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번 외도가 어렵지 한번 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 정치의 매력이다. 김 회장도 나라가 잘 될 수 있도록 외도를 했다고 하는데, 명분만 있으면 또 정치권으로 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선이 끝나고 현업으로 복귀했지만,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끊기지 않는 듯하다. 친박계 여성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 성주그룹이 운영하는 성주재단을 통해 글로벌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는데,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의장단이었던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정몽준 의원과 친분이 있는 김성은 경희대 교수 등이 멘토로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5회 여성경쟁력강화증진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특파원과 만나 "박근혜 정부가 혁명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에 앞으로 3∼5년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예스맨보다는 글로벌 시각을 갖고 파격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해 인식 체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국민과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대성그룹 설립자 김수근 명예회장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김 회장은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에 따르지 않고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하버드대 유학 당시 만난 캐나다인과 결혼해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자금줄이 끊기기도 했다. 김 회장은 ‘대성집 딸’로 불리기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자 했다고 한다. 2005년 당시 쓰러져가던 독일의 MCM브랜드를 인수해 전 세계 40여개국에 MCM을 수출 및 직영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