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9시. 코로나19로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했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금수저로 타고 나지 못한 저로서는 가슴이 쓰리면서도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기사였습니다.
▲ 신한은행은 5일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신한은행>
자료의 출처는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통계청 등 정부 부처가 아닌 시중은행이 낸 보고서인데도 이렇게 기사가 쏟아지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신뢰성이 높다는 얘기겠죠.
신한은행이 보고서를 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은행은 고객의 신뢰를 먹고 삽니다. 금융상품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처럼 상품의 차이점이 두드러지지 않은 만큼 판매자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중요하죠.
제 주변에는 1조 원대 피해를 낳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이른바 ‘사모펀드 사태’ 때 충격을 잊지 못하고 이름이 오르내렸던 은행에는 발길을 아예 끊은 이도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2017년 처음으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발간한 뒤로 해마다 꾸준히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이 보고서에 들이는 노력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조사대상은 전국의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 명. 조사기간은 2021년 9월과 10월 두 달. 그러고도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6개월이 더 걸렸습니다. 신한은행은 컨슈머인사이트라는 조사연구회사에 용역을 주고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비용도 물론 적지 않게 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처음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가 나왔을 때는 뜻밖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보통사람 보고서’이긴 해도 모든 사람의 경제 상황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건 당연한데 이름 때문인지 ‘통장 잔고가 없는 사람은 보통사람이 아닌 거냐’는 등의 볼멘 목소리도 나왔던 거죠.
하지만 KB금융지주(국민은행)나 하나은행이 해마다 내는 ‘부자 보고서’와는 아무래도 조사대상이나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해마다 잊지 않고 찾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KB금융지주는 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들의 금융 생활을 분석한 ‘한국 부자 보고서’를, 하나은행은 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와 1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 자산을 보유한 대중부유층의 투자 행태 등을 분석한 ‘하나은행 부자 보고서’를 해마다 발간하고 있습니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가 어떻게 사는지를 알아야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현실적 미래 경제 계획을 세우거나 할 때는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경제생활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경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더 많은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라는 누구나 가지는 궁금증을 풀어주자는 목적에서 출발습니다.
▲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는 저축과 투자 수준을 코로나19 이전보다 더욱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저는 최근에 차를 샀는데요,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인 차량의 필요성을 느낀 건 저뿐만이 아니었더라고요.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이 전체 부채 상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7.4%에서 9.9%로 훌쩍 증가했습니다.
저금을 할까, 주식을 살까. 코로나19로 경제가 출렁이는 상황에서 나름의 목돈을 불리려는 계획을 세우려니 저와 같은 30대 여성들의 사례가 궁금하더군요.
30대 여성들은 저축이나 투자금액은 조금씩 줄이면서 예비금액을 늘리고 있더라고요. 예비금액은 아마도 뜻밖의 목돈 지출 상황에 대비하거나 새로운 투자처에 활용할 셈으로 따로 남겨두는 것이겠죠.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와 관련해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 보고서를 챙겨 보고 있다’는 감상은 아무래도 이런 점 때문에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신한은행에게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넓은 범주의 고객들의 금융생활 현황이 담겨 있고 그들의 최근 소비 인식과 트렌드를 알 수 있으니 고객 대상 업무에도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앞으로 활용도는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최근 디지털 전환 등으로 금융상품에 접근이 훨씬 용이해지고 돈과 부를 향한 인식도 크게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자산관리 서비스 이용 대상도 점차 확대되고 있으니 말이죠.
은행은 고객의 신뢰와 데이터를 확보하고 고객은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증을 해소하고. 양쪽 모두 이득이 있다 보니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해마다 돈과 시간을 들여 보고서를 계속 내놓나 봅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