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카드가 뒤늦게 자동차 할부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새 수익원을 발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4월 들어 현대자동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 현대카드를 뺀 6곳 전업 카드사는 이미 자동차할부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현대카드가 마지막으로 합류한 셈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에 실적 대부분을 의존하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뒤늦게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수익이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2020년 기준으로 자동차 금융할부로만 1천억 원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할부 서비스는 사실상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현대카드가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세이브 오토’와는 결이 크게 다르다.
세이브 오토는 현대카드로 차량 대금을 10만 원 이상 결제하면 최대 50만 원 규모의 포인트를 지급해 주는 구매 프로그램이다.
현대카드는 세이브 오토 운영으로 이자 수익을 내기보다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현대카드 가입자의 활발한 카드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이점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카드와 거리두기로 해석될 수 있는 움직임들은 계속 포착되고 있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 각각 별도의 경영체제가 들어섰으며 현대캐피탈은 사옥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금융권에는 현대카드가 사실상 현대차그룹에서 독립경영을 위한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현대카드로서는 그동안 현대차 및 기아 등과 거래로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었는데 현대차그룹에서 독립하게 되면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과 별개로 정 부회장의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카드업계에서 나온다.
카드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올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기준금리 인상,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간편결제 시장 진출 등의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수익성 확보에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만으로 카드사의 영업이익이 연간 4천억 원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카드사 노조는 지난해 11월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0.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카드업계 전체 수익이 최대 4천억 원 감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