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주요 아이폰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아이폰SE와 아이폰13 시리즈, 에어팟 등 제품에 탑재하는 부품 주문량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수요가 위축되며 애플의 주요 협력사와 삼성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업체에도 타격이 번질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28일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2분기 아이폰SE 생산에 활용할 부품 주문량을 기존 계획보다 20% 줄이기로 했다”며 “수요 부진을 예상해 재고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3월 초 공개한 새 아이폰SE는 미국 기준 429달러부터 판매되는 보급형 제품이지만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3 시리즈와 동일한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고성능 스마트폰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제품 출시를 발표하자마자 부품 주문량을 축소한 것은 아이폰SE 글로벌 수요가 기존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애플이 기대한 만큼의 판매량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2분기 아이폰SE 부품 주문량은 기존 계획보다 200만~300만 대 분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무선이어폰 에어팟 전체 부품 주문량도 예정보다 1천만 대 가까이 축소됐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아이폰13 시리즈 생산량도 기존 목표보다 200만 대 가까이 낮추고 부품 주문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며 고가 스마트폰과 중저가 제품, 무선이어폰 등 액세서리 수요가 모두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반영됐다.
애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와 서비스를 중단한 점도 생산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 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약 500만 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는데 올해는 판매량을 거의 올리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아이폰 점유율이 높은 유럽시장에서 여러 국가들이 러시아의 원유 수출 중단에 따른 경제상황 악화를 겪고 있는 점도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에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세계 선두 전자업체인 애플의 아이폰 생산 축소는 전자산업 전반에 체인효과를 일으켜 시장 상황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애플이 하반기 출시할 차기 스마트폰 ‘아이폰14’ 시리즈 생산량도 예정보다 축소한다면 부품업체들의 실적 부진도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애플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주요 협력사들도 아이폰 생산 축소에 따른 실적 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나 대만 TSMC 등 애플에 의존이 높은 해외 부품업체들은 아이폰 판매 위축에 한국 부품업체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아이폰 생산 축소가 대부분 중화권 업체들의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주로 사용하는 아이폰SE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이폰SE용 LCD패널을 공급하는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와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독점적으로 위탁생산하는 TSMC, 아이폰 생산을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 등이 더 직접적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스마트폰 수요 둔화에 따른 생산 축소가 단지 애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에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소비자들의 수요가 크게 위축된다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폰시장이 올해 침체기를 겪는다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부뿐 아니라 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 및 협력사와 스마트폰용 D램, 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하는 반도체기업까지 타격이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폰시장에 전반적으로 재고 수준이 높아 큰 폭의 조정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