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은 정부당국의 규제를 받는 대표적 규제산업으로 꼽힌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공금융기관뿐 아니라 민간금융사까지 새 정부의 금융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은행이 주축이 된 금융지주는 가계대출 등 금융정책의 집행에서 핵심역할을 맡는 만큼 과거 새 정부가 들어서면 리더십이 자주 바뀌는 양상이 나타나곤 했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권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진 인물들이 주요 금융그룹의 회장을 맡아 당시 ‘금융권 4대 천왕’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4대 천왕으로 불렸던 강만수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 임기를 이어간 이는 아무도 없다.
현재 각 금융지주에서 차기 회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있다. 다만 회장으로 오를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진옥동 신한은행 은행장 등이 다음 회장의 유력 후보군으로 여겨진다.
임영진 사장과 진옥동 행장은 2019년 말 조용병 회장 연임 당시 회장 후보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2020년 말 나란히 연임에 성공하면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의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그룹의 2인자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원덕 행장은 24일 우리은행장에 공식 취임한 데 이어 25일 주총에서 우리금융지주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면서 지주 이사회에 남게 됐다.
다만 함영주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점은 여전히 불안요소로 평가된다. 함영주 회장은 현재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본안소송 1심에서 패소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앞으로 벌어질 법정다툼에서 최종 패소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문책 경고’ 처분 역시 확정될 수 있어 3년 동안 금융기관 신규 취업을 할 수 없게 된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다음 회장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도 주목할 만한 인사로 여겨진다.
하나금융지주는 애초 함영주 지성규 이은형 등 부회장 3명을 두고 있었으나 최근 함영주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고 지성규 부회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이은형 대표가 유일한 부회장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은형 부회장은 함영주 회장에 이어 바로 다음 회장 후보에 오르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은형 부회장은 1974년 태어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2020년 외부에서 하나금융지주에 영입됐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금융지주들은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면서 예전과 다르게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며 “지금은 외풍보다는 주가 부양, 배당확대 등 주주들이 원하는 바를 얼마나 잘 이끌 수 있느냐가 회장 연임과 선임에 주요 변수로 자리잡은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