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그룹 수장이 하루 뒤면 10년 만에 바뀌는데도 그룹 안팎에서는 ‘운명의 날’을 앞둔 듯한 긴장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법률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탓에 함 부회장을 포함한 임직원, 주주, 이해 관계자 모두가 주주총회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완전히 놓지 못하게 됐다.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3월1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채용비리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24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함영주 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붙인다.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이 부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당장 함 부회장을 대신할 만한 인물이 딱히 없는 데다 안건이 부결되면 지배구조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주주들로서는 찬성표를 던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어 함 부회장을 포함한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들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함 부회장의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회장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권고했다. 법적 제재나 기소 결과에 관계 없이 법적 리스크를 안은 후보가 내정된 것 자체를 문제라고 봤다.
하나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열고 하나금융지주의 주총 안건을 들여다보는 데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건 등에 반대했던 점에 비춰볼 때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나금융그룹 노조는 23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하나금융그룹 사옥 앞에서 함 부회장의 회장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함 부회장은 이날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돼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법적 리스크 자체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함 부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본안 소송 1심에서 패소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하나은행장 시절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해 2심을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현재 국내외 주요 주주 설득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주총을 앞두고 가장 마음을 졸이고 있을 사람은 함 부회장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운명이 갈리는 것은 물론 그룹의 앞날에 대한 책임감도 누구보다 무겁다.
지금의 경험이 함 부회장에게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함 부회장이 내놓을 미래 경영계획에 지배구조에 관한 보완점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함 부회장은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회장으로 인정받으면 비로소 미래 경영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함 부회장은 2월8일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받으며 사실상 김정태 회장의 후임으로 내정됐지만 미래 경영계획과 관련해 아직 언급한 적이 없다. 재판 관련 리스크가 있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함 부회장은 11일 채용비리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재판결과가 나온 뒤에 경영계획을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주총에서 재판 결과를 주주에게 상세히 보고하고 주총을 무난히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5일 열리는 주총에서 함 부회장이 주주들의 마음을 얻으면 하나금융지주는 바로 경영계획을 내놓고 긴장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하나금융지주는 내부규범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비상경영체제가 시작되면 이사회에서 정한 직무대행 순위에 따라 직무대행을 정하고 회장후보 추천위원회가 소집돼 경영승계 절차가 진행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