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을 강화하는 동시에 특정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도록 한 새 자본시장법 시행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로고.
하지만 아직까지 전체 이사회 인원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의 숫자가 극히 적고 직업군도 폭넓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보험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거나 재선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화재는 박성연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1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삼성화재 이사회에 여성 사외이사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화재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모두 남성으로만 채워져 왔다.
삼성생명은 이사회 내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였던 조배숙 전 국회의원의 뒤를 이어 허경옥 성신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미래에셋생명은 2020년부터 사외이사로 일해 온 김학자 변호사를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시 선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는 보험사들의 ESG경영 강화와 관련이 있다.
이사회는 ESG경영의 지배구조에 해당한다. 그동안 남성 위주로 운영돼 왔던 이사회에 여성 비율을 높임으로서 한층 다양한 의견이 경영활동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사회 내 성별을 다양화했을 때 기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연구 성과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2020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12개국 1천 곳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내 성별이 다양한 기업의 영업이익이 그렇지 않은 기업과 비교해 21% 정도 높았다.
성효용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019년 국내 매출액 기준 상위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 내 여성 비율과 기업성과 사이 상관과계를 분석할 결과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이 매출순이익률(ROS)과 총자산순이익률(ROA)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발표했다.
8월 시행을 앞둔 새 자본시장법도 여성 사외이사의 확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 법인이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된 기업들은 여성 이사를 최소한 1명은 선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여성 사외이사는 각 보험사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소수에 불과해 다양성을 확보하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여성 사외이사의 직업군도 교수나 변호사 등 특정 직업군으로 범위가 한정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여성 사외이사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법조계나 학계가 아닌 다양한 직업군으로 이사회의 문호를 열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 ‘이사회 다양성 추구와 금융회사 시사점’에서 “단순히 남녀 비율의 특정 수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소통능력을 갖춘 여성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동시에 사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여성 임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