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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그룹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원전 납품비리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읍참마속인가, 꼬리 자르기인가?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JS전선의 원전비리 사건과 관련해 JS전선의 자발적 상장폐지라는 특단의 조처를 결정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책임감 있는 자기반성이라는 의견과 함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한 꼬리자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LS그룹은 지난 6일 원전 비리 논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JS전선 사업을 정리하고 1000억원 규모의 원전안전 지원금을 출연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구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우선 원전비리 논란을 일으킨 JS전선의 상장폐지를 위해 보유 주식 전량을 공개 매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오너 일가가 212억원의 사재를 출연키로 했다. 또 LS전선은 원전 안전 및 연구개발 위해 1000원의 기금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이는 LS전선의 순자산(5073억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구자열 회장, 제살을 떼어내는 심정?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구 회장이 장고 끝에 자신의 말을 책임지기로 결정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5월 JS전선은 신고리 1, 2호기 등 원전 6기에 납품한 불량 케이블의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혐의가 드러났다. 해당 케이블은 재시험 결과 불량품인 것으로 확인됐고 불량 케이블 교체 및 시공과 신규 케이블 구입 등으로 모두 4조원 이상의 국민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원전3기의 가동이 중단돼 지난해 여름 전력대란이 빚어지는 등 원전 비리의 후폭풍은 컸다.
구 회장은 10월 LS그룹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의 핵심은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가 전력산업 발전에 더욱 이바지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었다. 한 달 뒤인 11월 LS그룹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도 구자열 회장은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석 달 뒤인 지난 6일 구 회장 일가는 사재를 출연해 JS전선 사업을 정리하고 1000억원의 기금을 내놓기로 하는 등 특단의 조처를 내놓았다. 그동안 구 회장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던 ‘뼈를 깎는 노력’과 ‘모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더 큰 피해 막기 위한 선제적 선 긋기?
그러나 이런 구 회장의 결단을 일종의 꼬리 자르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향후 벌어질 민·형사소송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인 선 긋기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수력원자력이 JS전선을 상대로 불량 케이블을 납품해 원전 가동을 중단시킨 것에 대해 12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모회사인 LS전선 등으로 소송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한수원은 신고리 원전 3·4호기 불량케이블 교체비용 약 970억원과 전기판매 손실액 약 9700억원 등 총 1조670억원에 대해 단계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구 회장으로서는 JS전선을 떼어내는 것이 LS전선으로 원전비리의 불씨가 옮겨붙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또 JS전선이 원전비리 문제로 사실상 공공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LS그룹 입장에서 볼 때 사업을 접는 데 큰 부담이 없을 것이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JS전선이 납품한 불량 부품은 모기업인 LS전선의 제품으로 교체되기도 하는 상황”이라며 “LS그룹 차원에서는 오히려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이 내놓기로 한 1000억원의 원전 안전 기금에 대해서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JS전선의 원전비리로 발생한 4조원의 국가적 손실에 비하면 40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JS전선의 모회사인 LS전선 역시 원전비리를 방조한 셈”이라며 “더욱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