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갤럭시S22 시리즈는 혁신적 카메라와 ‘역대 최고 성능’으로 사용자들이 창작하고 공유하며 소통하는데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최근 ‘삼성 갤럭시 언팩2022’행사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과 달리 최근 갤럭시S22 시리즈 성능조작, 해킹 등의 악재가 잇따르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향한 소비자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노 사장으로서는 삼성전자 브랜드를 향한 믿음을 회복하는데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18일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부문에서 연이어 악재가 겹치며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장기적 브랜드 가치에도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은 아직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현재 경쟁 상황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2021년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은 매출 109조2500억 원, 영업이익 13조6500억 원을 올렸다. 2020년보다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2.17% 증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7천만 대로 애플(2억4천만 대)보다 앞섰지만 매출규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은 84조4천억 원으로 집계된 반면 애플의 스마트폰 매출은 235조2천억 원에 이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력에서 애플과 격차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업체들과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데 애플까지 18일 첫 5G 중저가 스마트폰 아이폰SE를 내놓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과 관련한 잇따른 논란에 휩싸이며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가 탑재됐는데도 성능평가에서 이를 속인 것으로 나타나 갤럭시S22, S21, S20, S10시리즈와 태블릿 캘럭시탭8이 세계 최대 전자기기 성능측정 플랫폼 긱벤치의 성능측적 목록에서 제외됐다.
특히 갤럭시S22시리즈와 갤럭시탭8은 출시된 지 1달도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가 막 주력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긱벤치에서 이들 제품이 퇴출됨으로써 받을 이미지 타격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긱벤치는 전세계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성능을 비교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데 여기서 퇴출되면 삼성전자가 아무리 고성능을 탑재했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받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여기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고성능의 스마트폰으로 알고 갤럭시S22시리즈를 구매한 소비자보다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GOS 논란과 관련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져 소비자들의 불만을 한층 키웠다.
소비자들은 성능 뿐만 아니라 안전 측면에서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믿고 쓰기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5일 외국 해커그룹 랩서스로부터 스마트폰에 관한 소스를 포함한 자료를 대량 해킹당했는데 특히 생체인식 잠금해제 시스템 알고리즘과 스마트폰 보안 플랫폼 ‘녹스’도 해킹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1 시리즈부터 번들 유선이어폰과 충전 어댑터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 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크다.
삼성전자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가 생산원가를 낮추고 이들 악세서리를 판매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일부 주주들은 16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노 사장을 향해 원가 절감도 중요하지만 브랜드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삼성전자가 '통 큰 결단'을 내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소비자들와 소액 주주 사이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사건이 발생한 이후 모든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리콜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은 1995년 불량률이 11.8%까지 이른 휴대전화 15만 대를 모아 구미사업장에서 소각하는 등 고객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런 과거 사례처럼 노 사장이 당장의 비용 절감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