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10일 오전 0시50분경 정의당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대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네 번째 대선 도전이 끝났다.
거대 양당 사이 홀론 남아 소신투표를 외쳤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정의당의 앞날이 이전보다 더욱 힘들어졌다는 시선이 많아진다.
심 후보는 개표가 한창인 10일 오전 0시50분경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개표가 50%를 넘긴 상황에서 2%대 득표율에 그쳤기 때문이다.
심 후보는 비호감 선거로 격화된 진영 대결 가운데서도 소신 투표해 준 지지자와 맨주먹으로 선거운동에 힘 쓴 당원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심 후보는 낮은 득표율을 이미 각오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득표율(6.17%)에 크게 못 미치며 정의당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기존 심 후보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20대 여성이 박빙선거 탓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쪽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많다. 심 후보는 2030세대, 여성 등 지지층을 다시 탄탄하게 만들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 결과를 놓고 볼 때 지방선거 역시 박빙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다시 거대 양당으로 표가 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심 후보가 주장해 온 정치개혁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아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심 후보로서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이 후보는 중대선거구제 확대, 위성정당 금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가 당선됐다면 심 후보가 바라던 다당제 정치개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정의당의 입지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한국 정치 특성상 제3지대 후보에게 대선은 늘 힘든 싸움이다. 특히나 심 후보에게 이번 대선은 가시밭길이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답보를 보이자 1월 중순 외부와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 내홍과 야권 단일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17%까지 치솟은 반면 심 후보의 지지율은 5% 수준으로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심 후보는 닷새 만에 공식일정을 재개해 진보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월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층 심각해진 불평등과 더욱 공고해진 기득권의 현실 앞에 약자를 위한 진보정치가 더욱 절실하기에 그것이 아무리 고단하고 힘든 길이라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결국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했으나 심 후보는 완주를 선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심 후보를 외면했다.
정의당은 문재인정부 들어 조국사태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여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 외에도 심 후보는 야심차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며 의미가 사라진 것과 정의당이 인지도 높은 지역구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한번 정의당을 떠난 표심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 총선에서 정의당이 비례대표 득표율 9.7%를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대선에서 심 후보의 2%대 득표율은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더이상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의 뒤를 이을 정치인들을 키워 진보정당의 세대교체를 하는 일도 필요하다.
당장 6월 열리는 지방선거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면 2024년 예정된 제22대 총선까지 정의당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9일 오후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선은 당락이 중요한 선거는 아니었다"며 "곧 있을 지방선거를 위한 지지층 기반을 다지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