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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를 벼랑에 세운 김준기의 자식 사랑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6-26 19: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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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를 벼랑에 세운 김준기의 자식 사랑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왼쪽)과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오른쪽)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그룹을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에게 사실상 넘겨줬다. 김 부장이 동부화재를 비롯해 동부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실질적 ‘오너’다.

김 회장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김 부장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김 부장이 경영권도 없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할 법적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김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은 10대 때 수십억 원을 주고 취득한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했는데 어떻게 김 회장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압박하고 있다.

이런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동부그룹이 더욱 위기에 몰려가면서 김 회장의 도덕성까지 비난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회사의 위기보다 오너 일가 재산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 김남호는 어떻게 대주주가 됐나

김 부장은 동부화재 주식 14.06%과 동부CNI 지분 18.59%를 지닌 최대주주다. 그가 일하는 동부제철 지분도 7.7%를 소유해 2대주주로 있다. 이밖에도 동부건설 4.05%와 동부하이텍 3.61% 등 주요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 부장이 최대주주인 동부화재와 동부CNI는 각각 동부그룹 금융 계열사와 제조 계열사 지배구조의 핵심기업이다. 동부화재는 동부생명 등 금융 관련 자회사들 지분을 90% 이상 소유하고 있다. 동부CNI는 동부제철과 동부하이텍 등 제조업 관련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반면 김 회장이 지닌 동부화재와 동부CNI 지분은 각각 6.93%와 3.58%에 불과하다. 지분으로만 따지면 김 부장이 실질적인 동부그룹 오너인 셈이다.

김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김 부장에게 동부화재 지분을 물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2002년 약관의 나이에 동부화재 최대주주로 등극한 후 지금까지 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김 부장은 2009년 시중은행에 동부화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아 동부제철 등의 지분을 확보했다.

김 회장은 동부CNI를 동부그룹의 제조 계열사 지주회사로 만들면서 지분 증여 등을 통해 김 부장을 최대 주주로 올렸다.

김 회장은 2004년 주식을 증여해 김 부장을 동부정밀화학 1대주주로 만들었다. 이후 2007년 동부하이텍이 지닌 동부정밀화학 지분을 동부CNI로 넘겼다. 김 회장은 같은 해 11월 동부CNI지분 36.24% 가운데 11%를 김 부장에게 증여했다. 3년 후 동부CNI가 동부정밀화학과 합병하면서 김 부장의 지분은 더욱 늘어났다. 김 부장은 이때부터 동부그룹의 최대주주가 됐다.

◆ 경영권 승계 9부 능선에서 동부그룹 위기 맞다

김 부장은 그동안 김 회장의 후계자로 꼽혔다. 김 부장은 1975년 태어나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후 귀국해 군복무를 마친 뒤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 AT커니에서 2년 동안 일했다.

김 부장은 2007년 다시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워싱턴대학교와 버클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한 후에도 일본 도쿄지사에서 일하며 와세다대학교에서 유학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입사 3년 만인 2012년 말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후계자 수업에 들어갔다. 그는 부장 신분으로 임원회의에 참석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계 관계자들은 “김 부장이 차기 경영권 승계의 9부능선을 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부그룹 내부 관계자들은 “김 부장이 제조부문 주력인 동부제철에서 실무경험을 쌓았으니 곧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했다. 금융계열사인 동부생명 등을 경험한 뒤 바로 김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받는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동부제철과 동부CNI의 저조한 실적은 김 부장의 경영권 승계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부제철은 2010년 순손실 300억 원을 기록한 이래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동부CNI도 2012년 5년만에 첫 흑자를 내는 등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를 메우려 동부CNI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기도 했다.

IT기업인 동부CNI는 2007년부터 동부그룹 내 계열사에 교육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부분의 매출을 올렸다. 2011년 매출 3338억 원 중 64.7%인 2160억 원이 동부화재 등의 계열사 간 거래에서 나왔다. 2010년 28%였던 내부거래 비중이 1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당시 재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동부CNI에 일감을 몰아줘 경영권 편법승계를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동부제철을 비롯해 동부그룹 제조 부문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김 부장의 경영권 승계는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그런 만큼 김 회장이나 김 부장은 동부그룹 금융부문을 더욱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영업이익 1003억 원에 당기순이익 890억 원을 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모든 작업을 마친 상태에서 동부그룹 위기를 맞았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동부화재 등 금융 계열사만은 김 부장에게 넘겨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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