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4일 갤럭시S22의 스마트폰 성능제한 문제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성능제한 논란의 불똥이 삼성전자의 DS(반도체)부문까지 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소비자들은 2월10일 갤럭시S22가 공개되기 전부터 탑재될 AP의 성능을 가장 궁금해 했다.
전작인 갤럭시S21의 AP가 기대만큼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고 발열 등의 문제도 심각했던 만큼 개선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다.
특히 이번 갤럭시S22에는 삼성전자와 AMD가 협력해 만든 엑시노스2200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돼 기대감이 더욱 컸다.
하지만 국내에 출시되는 갤럭시S22에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2200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가 탑재되면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이 삐거덕거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외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엑시노스2200은 스냅드래곤8 1세대보다 성능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확보도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엑시노스2200과 스냅드래곤8 1세대는 모두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해외 IT매체 XDA는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들어간 갤럭시S22가 엑시노스2200보다 탑재된 모델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나다”며 “유럽에 판매되는 갤럭시S22에는 엑시노스2200이 탑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 소비자에게 갤럭시S22 구매를 미루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엑시노스2200 대신 탑재된 스냅드래곤8 1세대도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것이다.
스냅드래곤8 1세대는 CPU나 GPU 속도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지만 전작부터 제기되던 발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스냅드래곤 이름에 빗대어 ‘화룡’이라는 별명까지 붙이며 퀄컴 AP의 발열 문제를 조롱하고 있다.
결국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발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만큼 삼성전자는 갤럭시S22의 성능을 소프트웨어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발열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스냅드래곤8 1세대의 발열 문제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문제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엑시노스2200.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만큼 책임소재가 삼성전자 측에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것이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의 업그레이드 제품은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이 제품이 발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화살이 삼성 파운드리사업부로 향할 수도 있다.
퀄컴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조기에 TSMC에서 생산할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P의 발열 문제는 제조사보다는 반도체 설계사에 달려있는 만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책임이 아닐 것이란 시각이 아직은 우세하다.
이번 갤럭시S22 성능제한 논란을 계기로 경계현 DS부문장 사장은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사업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2021년 12월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3월16일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경 사장의 책임과 권한은 더욱 커진다.
삼성전자는 이미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정기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기감사를 통해 4나노 공정의 수율보고와 자금집행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갤러시S22에 탑재된 스냅드래곤8 1세대 공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언론에서는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 수율이 TSMC에 큰 격차로 뒤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따라서 감사 결과에 따라 대대적 인사나 조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사는 정기적 절차로 진행되고 있는데 외부에서 너무 추측성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엑시노스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갤럭시S22에 엑시노스가 배제된 것 자체가 엑시노스팀의 개편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애플과 AMD에 근무했던 개발자들을 엑시노스팀에 영입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AP시장에서 점유율도 2021년 4분기 기준 4%까지 떨어졌다. 2020년 4분기 7%에서 3%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퀄컴과 미디어텍이 중저가 스마트폰부터 플래그십 모델까지 기존 삼성전자 AP의 점유율을 흡수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
▲ 2021년과 2020년 4분기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