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 판매에서 고전하고 있다. 곳곳에서 아성에 균열이 가는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4월 국내에서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 판매에서 기아차에 역전당했다.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승용차 판매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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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 |
현대차는 4월 내수에서 상용차를 제외하고 모두 4만3216대의 승용차를 팔았다. 세단과 RV(레저용 차량),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량을 더한 수치다.
기아차는 4월에 4만3426대의 승용차를 판매해 현대차를 200여 대 차이로 앞섰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월 2천~5천 대 차이를 유지했다. 12월에 1만8700여 대까지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두 회사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더니 급기야 4월에 순위가 뒤집혔다.
현대차는 또 4월 국내 자동차회사 5곳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량이 뒷걸음질했다.
4월에 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모두 지난해 4월보다 판매량을 두 자릿수 이상 늘렸다.
수입차를 제외한 국산차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의 국산차시장 점유율은 46.8%였지만 4월 점유율은 42.6%로 떨어졌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간판모델을 앞세워 판매량을 크게 늘리는 동안 현대차의 쏘나타나 그랜저 등 효자 모델들은 올해 들어 판매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 주력 RV가 대부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GM은 쉐보레 스파크, 르노삼성차는 SM6, 쌍용차는 티볼리를 내세워 내수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내수 판매 회복을 위해 제네시스, 그랜저, 쏘나타 등 주요 차종에 대해 36개월 무이자할부 판매를 실시하고 그랜저를 구매하면 1년 뒤 신형 그랜저로 갈아탈 수 있는 파격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등 내수 판매 확대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친환경차시장과 고급차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단순 판매량으로 현대차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국내 1위 자동차회사라는 점에서 무조건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시장 선도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