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10일 앞둔 가운데 연예계나 스포츠계에서 개인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가 쉽지 않다.
이번 대선이 '비호감 대선'이라 불리는 상황에서 지지 선언을 하게 되면 이미지에 좋지 않을 수 있는 데다 과거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태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왼쪽부터)가수 이은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가수 김흥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선 유명 가수나 배우, 스포츠 스타 등 이른바 '셀럽'들의 후보 지지 선언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시선이 많다.
셀럽들의 지지 선언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식선거운동 시작일 전후로 각 후보를 향한 지지 선언이 이뤄졌다.
7일 배우 문성근, 정지영 감독 등 영화인 253명이 이 후보 지지선언을 했고 11일 이 후보 선대위에 작곡가 윤일상, 가수 이은미, 배우 박혁권 등 문화예술계 인사로 구성된 'K-컬처 멘토단'이 출범했다.
15일에는 시나위 멤버 신대철, 배우 정두홍, 이원종, 김의성, 김현성, 이기영, 가수 리아, 개그맨 강성범 등 대중 연예인·예술인 184명의 이 후보 지지선언이 나왔다.
체육계에서도 여홍철, 심권호, 김영호, 김광선 등 전 국가대표 및 메달리스트 등 체육인 100명이 이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에서는 15일 배우 박일남, 독고영재, 정동남, 임혁, 송기윤, 가수 김흥국, 개그맨 김종국 등으로 구성된 '연예인 유세단'이 출범했으며 16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 선수, 유도 선수 출신 이원희 용인대 교수 등 스포츠 스타 및 체육인 30명이 윤 후보를 공개지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체 선언을 제외하면 연예인이나 체육인이 개인적으로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더욱이 단체 지지선언을 한 셀럽들 면면을 보면 과거 대선 때부터 특정 성향의 후보를 지지했거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일찍부터 밝혀온 이들이 많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놓고 일각에선 이번 선거가 비호감 선거로 불릴만큼 대선후보 이미지가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지지선언이 오히려 셀럽들의 이미지에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대중의 관심과 호감이 중요한 연예인 등 셀럽으로선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 옆에 서더라도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인 셈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특정 정치성향을 내보였을 때 손쉽게 반대 세력으로부터 표적이 돼 공격을 받으니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를 개인적으로 공개 지지한 배우 김의성씨는 '좌빨 앞잡이' '니 XX XX도 찢어봐야 정신차리지 X자식' 등 인스타그램에서 악의적 쪽지(DM)을 무수히 받았다고 본인이 직접 밝히기도 했다.
연예계에선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따른 학습효과 때문에 공개 지지선언이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조직적으로 배제한 사건이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혔다가 불이익을 받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공포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유명 인사들의 지지선언은 대선에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셀럽들의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이 후보의 세 과시와 함께 대선 후보의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셀럽들의 지지선언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셀럽 효과'가 표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셀럽의 지지 선언이 유권자가 지지하는 후보를 바꾸는 데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나 인물이 지지 선언을 하면 애초에 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반대로 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좋아했던 스타라도 부정적 댓글을 달기도 하는 점은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2016년 미국에서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했지만 결국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 사례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