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시중은행에 적용되는 지급준비율을 내려달라고 한국은행에 건의했다.
취약업종 기업의 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른 은행들의 자금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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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
하 회장은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들에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중은행도 부담을 안 짊어질 수 없다”며 “한국은행에 지급준비율을 낮춰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지급준비금은 은행에서 예금자의 인출 요청을 대비해 전체 예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한국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자금을 뜻한다.
한국은행은 요구불예금 기준으로 지급준비율을 최고 7%로 지정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 51조 원을 맡겼다.
하 회장은 “시중은행은 조선과 해운업의 경우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많이 보유하지 않았지만 다른 산업에 대해서는 돈을 떼일 우려가 여전히 크다”며 “한국은행에서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 은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중국의 사례를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곤란한 상황에 지급준비율을 내려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2월 말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대형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렸다.
하 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은 4월 말에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가진 비공식 간담회에서 지급준비율 인하를 건의했다.
은행들은 올해 취약업종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급준비금 부담을 줄이려 한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 등 조선·해운사 5곳에 빌려준 여신을 조만간 ‘정상’에서 ‘고정이하’나 ‘회수의문’으로 분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 구조조정의 강도가 세질수록 정상여신이 부실채권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선·해운사 5곳에 같은 업종의 다른 여신까지 부실채권으로 재분류하면 시중은행도 충당금 2조~2조5천억 원을 추가 적립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과 해운 외에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다른 취약업종 기업에 빌려준 여신도 부실채권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별 은행이 보유한 5대 취약업종 여신의 비중을 살펴보면 부산은행 19.6%, 경남은행 17.5%, 대구은행 13.2%, KEB하나은행 11.6%, 광주은행 10.7% 우리은행 10.5%, 신한은행 10.2%, KB국민은행 7.9% 등이다.
그러나 지급준비율 인하와 기업 구조조정의 연관성이 낮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논의가 통화정책과 별개의 이슈인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지급준비율 인하가 구조조정과 연계되는 것은 초점을 벗어난 행위”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