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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경기지사 |
김문수 경기지사가 또 국무총리 후보자로 선택받지 못했다.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 이후 정치인 총리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김문수 지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김 지사 스스로도 총리에 대한 뜻을 간접적이나마 강하게 피력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정홍원 총리 유임이라는 뜻밖의 선택을 했다. 박 대통령은 왜 김문수 카드를 애써 외면한 것일까?
◆ 김문수는 왜 선택받지 못했나
김 지사는 박 대통령이 정 총리 유임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25일 퇴임 전 기자들과 마지막으로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총리)청문회에 나가더라도 나는 봉천동과 부천 딱 두번 이사했기 때문에 걸릴 게 없다." "(서울)대학을 25년 만에 졸업한 사람이라 학위도 관심 없고 돈도 관심 없다." "논문은 쓸 일도 없었다."
총리 후보자로 거론될 때마다 말을 아꼈던 김 지사가 청문회 통과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총리에 뜻이 있음을 처음으로 드러낸 발언이었다. 이에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는 김 지사를 총리 후보로 강력히 천거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작심하고 얘기를 꺼낸 지 하루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정홍원 총리의 유임이었다.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김 지사를 총리로 앉히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김 지사가 총리로 임명되면 차기 대선주자로서 더욱 힘을 얻을 게 분명해진다. 총리직을 징검다리 삼아 당내 대권 주자들 가운데 앞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여권 차기 대선후보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추가 무너질 수 있다.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그만큼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결코 원치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김 지사는 당내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성 이미지로 알려졌다. 더욱이 2012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당시 김 지사가 홍보 영상에 최태민 목사 사진을 등장시키며 박 대통령을 공격했던 악연도 있다.
2인자를 잘 키우지 않는 박 대통령의 성격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 지사를 총리로 지명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김 지사가 총리가 되고 다음 달 치러질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쥐게 되면 박 대통령의 당정 장악력이 급속도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대통령이 김 지사를 총리로 쓰기엔 리스크가 크다"며 “김 지사가 총리가 되면 정부의 최대 실세가 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관계가 껄끄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지사가 총리로 지명되지 않은 데 대해 제2의 이회창이 나올 것을 우려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지사의 총리 후보설과 관련해 "잘못하면 제2의 이회창 총리가 안 나온다고 볼 수 없다"며 "김 지사도 훌륭한 분이지만 그 분은 지금 대권을 꿈꾸고 그 길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아마 박근혜 대통령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93년 이회창 전 대법관을 총리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취임 이후 총리 권한을 두고 김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4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총리는 그 뒤 대쪽 이미지가 더 강해졌고 여권의 대선주자로 승승장구했다.
◆ 김문수의 다음 선택은?
김문수 지사는 앞으로 정치행보와 관련해 "3년 반 뒤에 대통령 선거에서 성공해야 한다"며 대선 도전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김 지사의 임기는 이달 30일로 끝난다. 김 지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사무실에 집기를 들여놓는 등 입주준비를 마무리한 단계"라며 "오랫동안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여의도에 연락사무실 하나 정도는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연락사무실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 지사가 중앙정치 무대로 돌아오기 위해 여의도에 근거지를 마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 지사는 우선 국회 입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가 경기지사를 8년 동안 하면서 아무래도 중앙 정치무대에 떨어져 있었던 만큼 여권 정치인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려면 국회에 입성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25일 마감된 7.30 재보선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략공천의 길은 여전히 열려있다. 김 지사는 최근 서청원 의원을 만나 서울 동작을 출마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로서 당의 요청으로 동작을 재보선에 출마하는 시나리오를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권주자로 모양새를 갖추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서울 동작을에서 출마해 승리할 경우 대권주자로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사에 이어 서울 지역 기반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서울과 수도권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재보선 출마 대신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7월14일 전당대회까지 일정이 빠듯한 만큼 그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홍문종 의원은 "(김 지사가) 앞으로 정치 일정에 맞춰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겠지만 전당대회보다 재보선에 출마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6월 셋째주 차기대선후보 지지율 집계에서 6.4%로 여권 내 4위를 차지했다. 정몽준 전 의원이 11.0%로 1위였으며 각각 2위와 3위인 김무성, 남경필 의원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