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통신, 하이닉스 등 SK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주도한 박정호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부회장도 겸직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사업부문 경쟁력을 위한 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11월 기존 모회사였던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돼 설립된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술부문 투자전문 중간지주사 SK스퀘어 아래로 편제됨에 따라 기업인수합병이 이전보다 쉬워졌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중간지주사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매물기업의 지분을 반드시 100% 인수하지 않더라도 기업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
기존에는 SK하이닉스의 모회사였던 SK텔레콤은 기간통신사업자였기 때문에 기업인수합병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제한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벗어날 수 있다.
다만 SK스퀘어가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되면서 승계받은 유동자산규모는 약 4천억 원에 불과해 투자재원이 부족하지 않냐는 시선을 받는다.
이에 SK스퀘어는 기업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함께 올해 1월 ‘SKT ICT 연합’을 구성했다. SKT ICT 연합은 1조 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자본을 조성한 뒤 반도체를 포함한 인공지능, 5G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부채가 없는 만큼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받기에도 유리하고 기존 투자지분을 수익화해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또 지분 20%를 보유한 SK하이닉스로부터 배당도 받게 된다면 향후 투자 재원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SK그룹의 에너지·소재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도 기업인수합병 역량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2022년 1월 SK이노베이션의 공식 보도채널과 인터뷰에서 “배터리 재활용, 차세대 배터리 등 미래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통합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사업개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사실상 SK그룹 울타리 안에서 최창원 부회장이 독자경영하고 있는 중간지주사 SK디스커버리도 2022년도 임원인사에서 안재현 전 SK에코플랜트 사장을 SK디스커버리 사장으로 선임해 활발한 인수합병 추진을 예고했다.
안 사장은 투자 및 인수합병 전문가로도 평가받고 있어 향후 그린, 바이오, 에너지분야에서 인수합병할 기업매물을 적극 찾아나설 가능성이 크다.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 전략은 SK그룹을 국내 대기업집단순위 2위에 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말 기업집단이 보유한 공정자산을 평가한 결과 SK그룹은 약 271조 원의 공정자산을 보유해 현대차그룹(250조 원)을 제치고 대기업집단순위 2위에 올랐다. 2006년부터 이어져 온 2위 현대차그룹, 3위 SK그룹 구도가 16년 만에 뒤바뀐 것이다.
SK그룹이 2011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이 공정자산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바이오, 배터리사업과 함께 SK하이닉스의 주력 반도체사업은 앞으로도 SK그룹의 기업가치를 올릴 분야로 꼽힌다.
SK그룹은 2011년 3조4천억 원을 들여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매출 10조2천억 원, 영업손실 2천억 원을 냈으나 2021년에는 매출 32조 원, 영업이익 12조4천억 원을 올렸을 정도로 성장했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012년 2월 16조3천억 원 수준에서 2022년 2월 94조 원로 커졌다.
SK그룹은 2017년에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옛 LG실트론)을, 2019년에는 SKC를 통해 2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 제조사 SK넥실리스(옛 KCFT)를 인수했는데 이 역시 SK그룹 인수합병 역사에서 큰 성과로 꼽힌다.
2021년 12월 중국 정부의 승인으로 확정지은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도 SK그룹의 앞으로 도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