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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삼성생명, 김창수 해법 찾았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6-25 21: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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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삼성생명, 김창수 해법 찾았나  
▲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열정락서'에서 강연하고 있다.

생명보험업이 서바이벌(생존) 게임에 돌입했다. 이대로 가면 5년 내 살아남을 보험사는 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조차 나온다.

삼성생명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생명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2010년 1조9천억 원을 넘었던 영업이익은 2013년 1조 원이 채 되지 않았다. 3년 만에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경영난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김창수 사장이 삼성생명을 맡았다. 이제 부임한 지 반 년이 지났다. 그는 짧은 기간에 90개의 영업소를 폐쇄하고 직원의 15%를 감원하는 초강수를 뒀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이 흔들리는 까닭이 무엇인가? 김창수 사장은 어떻게 활로를 찾으려 하는 것인가?

◆ 90년대 판매한 고금리 저축상품 대규모 손실 낳아


생명보험사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생존을 위해 많은 설계사를 모집하고 고금리 상품을 앞 다퉈 도입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6~8% 확정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을 경쟁적으로 팔았다. 저축성 보험상품은 만기 또는 해지 때 돌려받는 돈이 납입보험료보다 많은 보험이다. 가입자에게 유리하지만 그만큼 보험사는 지불 부담이 있다.

당시 6~8% 금리는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시장금리로 보는데 1999년 2월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7.3%였다.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8.9%였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도 9%였다.

삼성생명 역시 고금리 저축형 상품을 경쟁적으로 팔던 대형보험사들 중 하나였다. 삼성생명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린장수축하연금’ 등 연 7.5%의 확정금리 연금상품을 팔았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

삼성생명이 만기가 돌아온 연금상품 지급방식을 종신형에서 확정형으로 변경을 유도했다는 정보가 금융감독원의 귀에 들어가 최근 검사를 받았다.

이 상품은 연금개시 시점에 자동적으로 종신형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가입자는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연금 지급 이후 남은 적립금에 대해서도 연 7.5%의 높은 이자가 붙는다.

그러나 2013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27%다. 고객에게 7.5%를 돌려줄 경우 3.23%의 이자율 차이만큼 손해가 난다. 삼성생명은 이 때문에 역마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객에게 연금개시 시점에 연금을 일시에 수령하는 게 좋다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운용자산 이익률은 비단 삼성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2월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들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4.68%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계속된 저금리의 영향 때문이다. 25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는 2.68%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금융회사가 확정금리 지급을 약속하면 반드시 계약기간만큼 고수익 자산에 매칭 투자해야 하는데 요즘 그런 상품은 찾기 어렵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시중금리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생명은 현재 6% 금리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상품 비중이 3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수익을 높이지 않는다면 당분간 손해보는 장사를 계속해야 한다.

◆ 해외사업, 되는 곳이 없다

삼성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중 가장 많은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다. 1994년 영국 런던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1997년 태국합작법인 타이삼성을, 2005년 중국합작법인 중항삼성인수보험을 설립했다. 이들 나라를 포함해 현재까지 미국, 베트남, 미얀마 등 총 9개 나라에 진출했다.

그러나 운영성과는 시원치 않다. 삼성생명은 지난 해 해외에서 233억 원(태국 112억 원, 중국 121억 원)의 손실을 냈다. 중국에서만 8년째 적자다.

특히 중국 최대 항공사 중국항공과 지분 50대 50으로 합작한 중항삼성인수보험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준 중국 내 70여개 생명보험사 중 53위권에 머물며 고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당국이 얼마나 외국기업에 보수적이고 중국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태국법인 타이삼성 역시 몇 년 간 적자가 누적돼 자본잠식 상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22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 영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태국 군부가 지난달 쿠데타를 선언한 이후 정국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경기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승민 타이삼성 차장은 “태국의 치안이나 도시질서 등도 큰 혼란없이 안정됐다”면서도 “태국 정국위기가 정상화되더라도 그동안 이어진 경기부진 때문에 상당기간동안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보험업의 특성상 해외영업이 단기간에 흑자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의 경우 현지에서 장기간 영업을 하면서 현지화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실적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15년 이상 영업을 하면서 기본을 다져야 이익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삼성생명, 김창수 해법 찾았나  
▲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원주지점을 방문하고 있다. <삼성그룹 홈페이지>

◆ 자산운용 통한 투자사업 활성화로 돌파구 모색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석 달 사이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했다. 그는 삼성화재 사장 시절 중국내 자동차책임보험 인허가를 따낸 중국통이다.

김 사장은 그 결과물로 이달 초 중항삼성인수보험의 지분 25%를 중국은행에 넘기고 보험상품의 판로를 확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 영업을 강화하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중국은행은 자산 기준으로 중국 4위 은행이며 중국 내 지점 수가 1만여 개다. 김 사장은 중국은행을 이용해 지금처럼 8년째 적자가 나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취임 후 모든 해외사업소와 지점을 돌며 “성과를 내지 못한 사업소와 사업은 접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사무소는 폐쇄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도쿄사무소의 소장과 부소장은 귀국했다. 외형확대보다 내실경영으로 수익성에 집중하자는 전략이다.

감축 대상은 해외지점만이 아니다. 김 사장은 올 초 국내 영업점도 90개 이상 없앴다. 그리고 지난 4월 임원 보직 70개 중 15개를 없애고 본사근무 직원 6700명 중 15%인 1천 명을 희망퇴직이나 자회사로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감축했다.

김 사장은 낮은 자산운용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사업을 다각화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 중국 북경에 57층 규모 빌딩을 신축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은 안정적 임대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사장이 삼성생명의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선택한 또 다른 방법은 자산운용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삼성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매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생명보험사가 자산운용사를 보유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며 "현재 세계적 10대 생명보험사 가운데 9개사가 자산운용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은 관리자산 규모 127조원으로 업계 1위다. 국내 자산운용기업 중 100조원이 넘는 관리자산을 운용하는 곳은 삼성자산운용이 유일하다. 현재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27%로 1위 한화생명(5.04%)과 차이가 나는데 김 사장은 삼성자산운용을 통해 한화생명 수익률과의 격차를 좁히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의 장점인 영업현장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1월 ‘2014 전국 지점장 전략회의’를 열어 삼성생명 역사상 처음으로 1천여 명이 넘는 지점장들을 한데 모았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며 “보험사는 영업조직이 근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영업현장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현장영업 강화 방침을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해 짧은 기간 동안 바쁘게 움직였으나 그에 따른 성과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4094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6% 증가했지만 이는 장사를 잘해서 돈을 번 게 아니다. 삼성전자 등 보유주식 배당금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였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2억 원 느는 수준에 그쳤고 영업척도인 수입보험료는 3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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