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임상 수행 능력 확보에 나섰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그동안 전임상 단계에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해왔는데 자체 임상시험을 통해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항암제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14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항체약물접합체(ADC)기술을 활용한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LCB84’의 미국 임상1상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1상 시험계획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환자투약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비전2030'에 따라 LCB84 외에도 후속 신약 후보물질 2~3개를 도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CB84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비전2030 계획에 따라 개발하고 있는 첫 번째 신약 후보물질이다.
김 대표는 2025년까지 신약 후보물질의 독자 임상1/2상 진행과 기술수출 부가가치 확대, 2030년까지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3상 시험과 품목허가 등을 목표로 삼았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5월 이탈리아 제약회사 메디테라니아테라노스틱에서 기술이전 받은 Trop2 표적항체에 자사의 항체약물접합체기술을 더해 신약 후보물질 LCB84를 만들었다.
Trop2는 췌장암, 전립선암, 대장암, 난소암, 유방암 등 상피세포암에서 종양세포의 성장을 유발하는 단백질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전임상(동물시험) 단계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삼아왔지만 비전2030 계획을 발표하며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1상 시험을 추진한 뒤 기술수출 또는 독자 임상을 진행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4월 ‘미국암학회(AACR) 2022’에서 LCB84의 전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임상1상 추진을 본격화할 것으로 바라본다.
LCB84가 미국암학회 발표에서 경쟁약물로 꼽히는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트로델비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1상 시험계획 승인과 글로벌 제약회사로의 기술수출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Trop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할 경우 다양한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어 제약바이오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는 2020년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 치료제(삼중음성 유방암)를 보유하고 있던 이뮤노메딕스를 210억 달러(약 25조2천억 원)에 인수했다.
일본 제약회사 다이이찌산쿄는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Trop2 표적 항체약물복합체 신약 후보물질 DS-1062를 60억 달러(약 7조2천억 원)에 기술이전 받아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시장에 Trop2 표적 항암치료제가 출시됐고 임상단계에서 앞서는 후보물질도 있지만 LCB84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LCB84에 적용한 항체의 기술이전 소식을 전하며 “다양한 암종에서 비교시험을 통해 경쟁약물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트로델비, 다이찌산쿄의 DS-1062보다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LCB84의 미국 임상을 진행하기 위한 사전 준비도 마쳤다.
2021년 미국 보스턴에 임상 시험을 추진하기 위한 현지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글로벌 임상 비용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약 1600억 원의 자금도 확보해뒀다.
신한금융투자는 LCB84가 고형암 가운데 한 종류인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로써 개발될 경우 약 7262억 원의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