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해운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M상선은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를 재추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데다 올해 해운운임이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운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물류 대란으로 운임이 강세를 보여 호황기를 보냈다.
컨테이너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4분기 평균 4691.6포인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주에는 5046.66포인트를 보이며 5천선을 넘어선 이후 올해 1월까지 이러한 기세는 이어졌다. 1월7일에는 5109.6포인트까지 올랐고 1월27일까지 5주 연속으로 5천선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물류 대란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늦어도 하반기에는 해상운임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화물운임은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등 근본원인이 해소되면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컨테이너 정체현상은 중국 춘절에 항만, 수출, 공장 관련 인력이 이탈하면 북아메리카와 유럽으로 향하는 물동량 급감으로 이어져 수입 항만에 가해지는 과부하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같은 컨테이너선사인 HMM도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SM상선이 기업공개를 재추진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HMM은 해상운임 하락 전망을 비롯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지난해 영구채를 대거 전환한 데 영향을 받아 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HMM 주가는 지난해 5월에는 5만 원대까지 올랐다가 이후 10월 들어 3만 원이 무너졌다. 올해 들어서는 2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3천선 안팎을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등에 영향을 받아 2700선 안팎까지 떨어졌다.
SM상선의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적지 않은 구주매출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던 만큼 구주매출 비중을 조정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을 일반인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이다.
기업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신주발행과 비교해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들에게 자금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요소로 꼽힌다.
SM상선이 지난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티케이케미칼·삼라마이다스·삼라의 구주매출은 전체 공모주의 50%에 이른다.
SM상선의 지분은 삼라마이다스와 티케이케미칼, 삼라 등 SM그룹 3곳 계열사가 나눠 들고 있다. 삼라마이다스가 지분 41.37%(2800만 주)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티케이케미칼은 지분 29.55%(2천만 주)를, 삼라는 29.09%(1968만8440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달 기업공개를 철회한 것을 두고도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것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시선이 나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를 통해 보유 주식 890만3270주의 60%인 534만1962주(7.27%)를 구주 매출로 처분해 3천억 원 초반대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달 초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당초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SM상선이 올해 상반기에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 예비심사에 통과한 뒤 6개월 이내에 상장해야하기 때문이다.
SM상선은 지난해 9월30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 3월까지 다시 수요예측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상장을 다시 처음부터 추진해야한다.
통상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실제 상장 시점까지 두 달 가량이 걸리는 점을 고려했을 때 SM상선이 상장을 위해서는 당장 공모 일정을 구체화하고 상장을 추진해야하는 상황이다.
SM상선은 아직까지 상장 재추진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M상선 관계자는 “아직 상장과 관련해 확정된 바가 없다”며 “국내 증시 상황과 해운업황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