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설계기업 ARM 매각 무산에 따라 대안으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대거 매입하는 등 방식으로 소프트뱅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손 회장은 ARM 상장을 반도체업계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까지 미국 그래픽반도체(GPU) 전문기업 엔비디아에 ARM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세계 각국 경쟁당국에서 독점금지규제를 이유로 승인을 받지 못해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손 회장은 8일 소프트뱅크 콘퍼런스콜에서 ARM 매각과 관련해 언급하며 “세계 각국에서 이렇게 큰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매각 추진 계획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대신 삼성전자 등 다른 반도체기업과 ARM 매각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독점금지규제의 벽을 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 회장은 ARM 매각이 무산된 만큼 앞으로 제2의 성장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힘쓰겠다며 서버와 자동차용 반도체 등 분야에 진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ARM은 삼성전자와 퀄컴, 애플과 미디어텍 등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업체에 기본 설계기반을 제공하고 로열티로 대부분의 수익을 거두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에 320억 달러를 지불하고 ARM을 인수했지만 자금 확보가 다급해지자 5년 만에 매각 절차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매각이 최종적으로 무산되자 소프트뱅크는 중국 알리바바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등 방식으로 자금 확보에 대안을 찾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 실패는 삼성전자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ARM을 완전히 인수하는 대신 일부 지분을 매입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량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대신 일부 지분을 취득한다면 독점금지규제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고 삼성전자가 ARM과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넘어 앞으로 자동차용 반도체와 메타버스 하드웨어용 반도체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때 더 적극적으로 ARM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RM의 설계기반을 활용하는 퀄컴과 미디어텍, 애플 등 경쟁사를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최대 수조 원의 자금을 투자해 ARM 지분 일부만을 매입하는 것이 큰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시각도 내놓았다.
그러나 ARM이 나스닥 상장으로 대량의 자금을 확보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반도체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면 삼성전자도 좋은 투자 결실을 거두게 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뒤 손 회장과 여러 차례의 공식 만남을 통해 사업을 논의하는 등 각별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