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이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뒤 처음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기존 백신사업에 mRNA(메신저리보핵산)를 비롯한 다양한 신기술을 결합하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영역을 넓혀 성장세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8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백신기업,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생산기업 등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인수합병 이외에도 지분투자와 합작법인(조인트벤처) 설립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투자 규모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말하기 이른 단계다”고 말했다.
백신사업과 관련한 새로운 후보물질 확보, 해외 진출거점 확보 등이 주요 투자 목적이라고 한다.
안 사장은 특히 선진국 시장 진입이 가능한 인허가 및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을 찾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각국 보건당국은 자국 기업의 인허가를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인수합병을 통해 해외 거점을 만들면 인허가 측면에서 현지 기업과 비슷한 조건을 갖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계기로 주목받는 mRNA 플랫폼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단기적으로는 mRNA 관련 특허 보유권자와 라이선스 계약 등으로 개별 기술을 도입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 투자 및 파트너십을 통한 개발 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인수합병 단계까지 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사장은 백신사업 이외에 다른 본업인 위탁생산에 관해서도 새로운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바로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다.
그동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위탁생산은 백신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및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이 대표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여기에 더해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각광받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에도 진출한다. 현재 인수합병을 포함한 투자를 위해 중점 검토 대상 기업을 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시장은 2019년 15억2천만 달러에서 2026년 101억1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 사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다음 성장 동력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점찍은 까닭이다.
안 사장은 7일 2021년 실적발표를 하면서 “차세대 백신 및 플랫폼 개발은 물론 신규 사업에 아끼지 않는 투자를 지속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백신·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인수합병 계획을 구체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연결기업을 거느리지 않고 있다. 2018년 SK디스커버리 산하 SK케미칼에서 분사한 이후 아직 독자적으로 백신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셈이다.
지주회사 SK 산하 의약품 위탁생산기업 SK팜테코가 최근 5년 동안 인수합병 3건을 진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SK팜테코는 2023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인수합병을 통해 향후 성장세를 키우고 기업가치를 더 높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매출 9290억 원, 영업이익 4742억 원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4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1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동 공장 증설, 인수합병 등에 따른 외형 확장, 송도 글로벌 연구개발(R&PD)센터 가동 등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가치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