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가운데 누가 더 위험한가?
정부는 두 해운사 가운데 하나만 살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데 한진해운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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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왼쪽) 한진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29일 업계에서 신용보증기금이 한진해운 채권단에서 빠지면서 현대상선에 비해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더욱 낮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한진해운과 달리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채권단으로 참여했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고 사실상 신용보증기금을 협약채권기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보유한 채권을 모두 비협약채권으로 분류해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의 이런 행보는 현대상선 때와 상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용보증기금은 이에 앞서 현대상선의 조건부 자율협약에 찬성하고 채권단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진해운이 추가 자구안을 제출하기도 전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신용보증기금이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대증권 매각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지만 한진해운은 팔 만한 자산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현대상선이 자율협약 조건을 충족할 경우 채권단의 추가 지원없이 독자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 회사채 채무 재조정 등 자율협약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채권단의 신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금도 한진해운이 현대상선보다 더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총차입금은 5조6천억 원, 현대상선의 총차입금은 4조8천억 원이다.
신용보증기금은 “보증한 자산유동화회사(SPC)의 자산관리자이자 보증기관일 뿐 한진해운의 회사채를 보유한 직접 채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율협약에 참여해야 할 채권자가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자율협약기관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앞으로 구체적 채무조정안이 나올 경우 여타 채권단과 보조를 맞춰 정상화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한진해운에 대해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 시한을 늦춰달라고 요구했지만 채권단 내부에서 한진해운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3~4개월 안에 용선료 인하협상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최근 한진해운이 낸 자구안에 대해서도 보완을 요구하며 한진해운을 압박했다.
여론도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 지분을 전량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기업에 세금을 투입해 살리는 게 과연 옳느냐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2일 산업은행에 보완된 자율협약 신청서와 용선료 협상 등이 포함된 추가 자구안을 제출한다.
산업은행은 채권단회의에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돌입 여부에 관한 동의 안건을 부의하고 4일 의결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