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노동조합 내 일부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 농협중앙회장 연임의 근거를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돼 21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국회 때와 같이 많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농협중앙회 안팎에 따르면 최근 농협 사내게시판에 농협중앙회장 연임과 관련해 반대하는 성명서를 올라오면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둘러싼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내 18명의 지역위원장 중 한 명인 위성범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은 농협중앙회장의 장기집권을 위한 시도라며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농협중앙회장의 임기가 연장되면 회장의 권한이 강화돼 인사 전횡, 특정 지역농협에 관한 편파적 사업지원 확대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성명서에서 “우리는 과거 회장들의 연임 및 연임 시도로 인한 부작용 등 고통의 시간을 지겹도록 겪어왔다”며 “남은 2년의 시간도 충분히 길다”고 꼬집었다.

위 위원장은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문제보다 시급한 현안인 농협 법인별 전문성과 독립경영을 강화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농협 사업구조개편 과정에서 회장의 권한이 축소돼 농협 노동조합에서 우려하는 요인들이 상당히 해소됐다고 바라본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제안이유서에서 “2012년과 2017년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농협경제지주회사와 농협금융지주회사 및 그 계열사 등으로 사업분리를 했고 회장의 직무범위 축소 개정 등으로 장기집권의 부작용은 대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12일 농협중앙회장을 비상임에서 상임으로 변경하고 한 차례 연임을 허용하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에 앞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안이유서에서 “회장의 비상임화, 회장의 직무 삭제 등으로 상당부분 (장기집권으로 인한 부작용)이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연임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다”며 “중앙회 회장의 중임과 연임 제한을 완화해 중앙회의 안정적 발전과 책임경영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으로 지난해 12월27일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안이 발의됐지만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강하게 대립하면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는데 21대 국회에서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은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의 중임 제한 규정은 2009년 신설됐다. 이전까지는 관련 규정을 두지 않아 연임이나 중임이 모두 가능했다.

대통령이 농협중앙회장을 임명하는 방식에서 선출제로 바뀐 1988년부터 2009년까지 농협중앙회장들은 1~2차례에 걸쳐 회장직을 연임했다.

2024년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개정법안이 통과된다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연임을 노려볼 기회를 얻게 된다. 이 회장은 2024년에 임기를 마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