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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은 왜 동부제철 인수를 포기했나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6-24 17: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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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은 왜 동부제철 인수를 포기했나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4일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특단의 결단을 내렸다. 동부제철 패키지를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 냈다.


권오준 회장은 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제철 패키지의 인수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인수 때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에 비해 사업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 동안의 복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저는 포스코 회장이기도 하지만 철강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며 “동부제철 문제가 잘 해결돼서 철강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철강업체 모두가 모여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를 포기하자 산업은행은 두 매물을 개별 매각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개별 매각으로 진행될 경우 포스코가 일부 참여할 길을 열어 놓기도 했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개별매각에 대해 “딜이 나오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며 “어찌 될지 모르지만 현재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동양파워에 이어 동부발전당진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지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가) 혼자 할 수 없다”며 “국내 어려 기업들이 있고 탐내고 있으니 가능한 나눠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는 포스코가 이미 동양파워를 손에 넣었기 때문에 동부발전당진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 3개월 동안 햄릿처럼 고민해온 권오준


앞서 포스코는 3월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를 제안 받았다. 제안서에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 때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동부발전당진 인수에서 우선매수협상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은행은 포스코의 재무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의 70~80%를 인수한다는 파격조건도 제시했다.


권 회장 입장에서 이마저도 부담스러웠다. 그는 취임 이후 줄곧 포스코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내세웠다. 권 회장이 동부제철 매물을 인수할 경우 취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뜻을 굽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위험도 있었다. 특히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시설이 낡았을 뿐 아니라 포스코강판과 사업영역이 겹쳐 포스코 입장에서 매력적 매물도 아니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포스코의 ‘맏형’ 역할을 모른 체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동부제철 매물이 해외 철강기업에 매각될 경우 기술유출을 우려해 국내 철강기업 중 인수 여력이 있는 포스코가 동부제철 매물을 인수하길 바랐다. 포스코가 국내 철강업 보호를 위해 동부제철 매물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업계 여론도 형성됐다.


따라서 권 회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지난 3월 “동부제철 인수는 좀 더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스터디’ 발언은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수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는 지난 9일 제15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2~3일 내로 결과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예정보다 두 주 가량 늦어진 오늘에서야 동부제철 매물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막판까지 고민이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 모든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은 부정적


권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동양파워 인수와 관련해 “너무 돈을 많이 썼다는 말이 있지만 포스코가 석탄사업은 확실하게 챙기겠다고 생각했다”며 “1천억 원 정도를 더 쓴 것은 인수 후에 발휘될 시너지를 생각하면 무리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에너지는 동양파워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서 시장예상가를 웃도는 4300억 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포스코에너지가 동부발전당진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동양파워 인수에 적극 나서자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단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권 회장은 포스코 계열사의 구조조정 및 기업공개 계획의 밑그림도 공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는 구조조정 대상”이라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계열사도 팔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의 관심사인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계획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권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등은 어려운 시기에 소중한 캐시카우”라면서 “현재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만 상황이 변한다면 언제든지 재추진할 수 있다” 면서 유연한 입장도 함께 내놨다.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을 분할해서 매각할 경우 가치가 높아지는지도 검토했다“면서도 “하지만 회사를 쪼개는 순간 가치가 하락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분할매각은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에너지 상장 계획도 밝혔다. 그는 “(포스코에너지를) 최대한 빨리 증시에 상장할 생각”이라며 “연내 할 수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가 상장될 경우 최대주주로 있는 포스코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에너지가 상장되면 지분 일부를 팔아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이날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등 대대적 경영혁신을 통해 철강명가를 재건하는 기틀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권 회장은 “지난 100일 동안 국내외 생산현장과 고객사, 공급사 등을 방문하면서 임직원들의 열정과 고객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경영환경이 대단히 어렵지만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를 이룩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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