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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4일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특단의 결단을 내렸다. 동부제철 패키지를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 냈다.
권오준 회장은 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제철 패키지의 인수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인수 때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에 비해 사업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 동안의 복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저는 포스코 회장이기도 하지만 철강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며 “동부제철 문제가 잘 해결돼서 철강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철강업체 모두가 모여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를 포기하자 산업은행은 두 매물을 개별 매각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개별 매각으로 진행될 경우 포스코가 일부 참여할 길을 열어 놓기도 했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개별매각에 대해 “딜이 나오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며 “어찌 될지 모르지만 현재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동양파워에 이어 동부발전당진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지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가) 혼자 할 수 없다”며 “국내 어려 기업들이 있고 탐내고 있으니 가능한 나눠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는 포스코가 이미 동양파워를 손에 넣었기 때문에 동부발전당진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 3개월 동안 햄릿처럼 고민해온 권오준
앞서 포스코는 3월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를 제안 받았다. 제안서에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 때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동부발전당진 인수에서 우선매수협상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은행은 포스코의 재무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의 70~80%를 인수한다는 파격조건도 제시했다.
권 회장 입장에서 이마저도 부담스러웠다. 그는 취임 이후 줄곧 포스코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내세웠다. 권 회장이 동부제철 매물을 인수할 경우 취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뜻을 굽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위험도 있었다. 특히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시설이 낡았을 뿐 아니라 포스코강판과 사업영역이 겹쳐 포스코 입장에서 매력적 매물도 아니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포스코의 ‘맏형’ 역할을 모른 체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동부제철 매물이 해외 철강기업에 매각될 경우 기술유출을 우려해 국내 철강기업 중 인수 여력이 있는 포스코가 동부제철 매물을 인수하길 바랐다. 포스코가 국내 철강업 보호를 위해 동부제철 매물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업계 여론도 형성됐다.
따라서 권 회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지난 3월 “동부제철 인수는 좀 더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스터디’ 발언은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수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는 지난 9일 제15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2~3일 내로 결과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예정보다 두 주 가량 늦어진 오늘에서야 동부제철 매물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막판까지 고민이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 모든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은 부정적
권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동양파워 인수와 관련해 “너무 돈을 많이 썼다는 말이 있지만 포스코가 석탄사업은 확실하게 챙기겠다고 생각했다”며 “1천억 원 정도를 더 쓴 것은 인수 후에 발휘될 시너지를 생각하면 무리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에너지는 동양파워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서 시장예상가를 웃도는 4300억 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포스코에너지가 동부발전당진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동양파워 인수에 적극 나서자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단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권 회장은 포스코 계열사의 구조조정 및 기업공개 계획의 밑그림도 공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는 구조조정 대상”이라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계열사도 팔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의 관심사인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계획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권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등은 어려운 시기에 소중한 캐시카우”라면서 “현재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만 상황이 변한다면 언제든지 재추진할 수 있다” 면서 유연한 입장도 함께 내놨다.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을 분할해서 매각할 경우 가치가 높아지는지도 검토했다“면서도 “하지만 회사를 쪼개는 순간 가치가 하락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분할매각은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에너지 상장 계획도 밝혔다. 그는 “(포스코에너지를) 최대한 빨리 증시에 상장할 생각”이라며 “연내 할 수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가 상장될 경우 최대주주로 있는 포스코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에너지가 상장되면 지분 일부를 팔아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이날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등 대대적 경영혁신을 통해 철강명가를 재건하는 기틀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권 회장은 “지난 100일 동안 국내외 생산현장과 고객사, 공급사 등을 방문하면서 임직원들의 열정과 고객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경영환경이 대단히 어렵지만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를 이룩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