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해 연 1.5%가 된다고 해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에서 1.25%로 인상하기로 결정한 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14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이 총재가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올해 한국은행이 얼마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기준금리가 연 1.5% 수준이 돼도 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 총재의 언급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올해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성장과 물가의 현재 상황 그리고 전망 등을 고려해 보면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며 “경제 상황에 맞춰서 기준금리를 추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한 차례 이상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원화가치의 하락, 자금의 해외유출 등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14일 “(한국은행은) 연방준비제도에 공조하며 하반기 추가로 인상할 것이다”며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따라 연말 기준금리 전망이 1.5%에서 1.75%로 높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올해 3차례에서 4차례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3일 필라델피아 비즈니스저널 주최로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올해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4차례 인상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11일 상원 청문회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길게 지속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이 생각보다 빨라지고 긴축의 강도가 세진다면 통화정책 운용 때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한국은행이 연 1.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와 3분기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연 1.5%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최대 연 1.75%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바라본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최대 세 차례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돼 연 1.5%에서 1.7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분기와 3분기에 한 차례씩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최대 세 차례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금리 0.50% 수준(5월~7월)이던 기준금리가 1.25%까지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가 9조6천억 원 증가한다.
이에 따라 1인당 연간 이자부담 규모가 상승 전(기준금리 0.50%)인 289만6천 원에서 338만 원으로 약 48만4천 원 오를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낮으면 유동성이 커져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가지만 반대로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안전자산을 찾아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4일 코스피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우려에 전날보다 40.17포인트(1.36%) 내린 2921.9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11.86포인트(1.21%) 떨어진 971.39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상승 기조가 분명해졌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가의 변동성이 작아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