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불러온 책임을 묻기로 했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임 위원장은 26일 금융위에서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경영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 따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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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임 위원장은 “민간기업의 경영책임은 주주에게 있겠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은 다르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전직 경영인을 고발했고 산업은행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하는 등 책임 추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감사원에서 지난해 10월~올해 2월에 실시했던 산업은행 감사의 결과를 최종 정리하는 대로 대우조선해양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규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당시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부실관리한 정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가 확정되면 산업은행은 개인·기관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49.7%를 보유한 대주주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전직 산업은행 부행장들로 임명돼 왔다.
대우조선해양에서 회계상 문제를 일으킨 2013~2014년에 김갑중 전 부행장이, 2015년 3월부터 김열중 전 부행장이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을 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재임 기간에 김갑중 전 부행장이 재무를 총괄했으며 산업은행이 다른 채널로도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며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알았든 몰랐든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부실경영 책임론에 대해 이야기하기 힘든 문제”라며 “감사원이 진행한 산업은행 감사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능력이 있느냐 하는 의문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월에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힘을 합쳐 대우조선해양의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며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장점을 살려 정상화로 다가서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지난해 약 2조 원을 지원한 뒤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실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비효율적인 구조조정작업을 비판했다. 워크아웃 시작 시점이 늦고 채권기업의 자산매각과 인력 구조조정도 느리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남 연구위원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기업 회생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의존해 구조조정을 늦추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국책은행이 대기업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내면서 구조조정 지체라는 결과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