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 실패할 경우 곧바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두 회사가 절체절명의 기로에 섰다며 법정관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임 위원장은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다. 지금은 아니지만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를 통해 부실을 털어낸 뒤 두 회사를 합병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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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임 위원장은 26일 ‘제3차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에 대해 “지금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게 되면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합병은 모든 과정을 거친 뒤의 문제라는 것이다.
두 회사가 자율협약을 거쳐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뒤 합병될 가능성, 법정관리를 거쳐 합병될 가능성, 두 회사 가운데 하나만 살아남을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사실상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에 대해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조정, 자율협약을 통한 채권자 채무조정 등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는 기존의 계획을 재확인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용선료 협상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해운업 구조조정의 경우 용선료 협상이 핵심”이라며 “용선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이후 구조조정 과정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자율협약이 끝나고 곧바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게 용선료 협상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을 압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임 위원장은 용선료 협상의 최종시한을 5월 중순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협상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해외 선주들에게 최종시한을 통보할 계획”이라며 “이때까지 의견을 주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은 걸로 생각하고 후속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현재 해외 22개 선주와 개별적으로 용선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진해운도 이른 시일 안에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현재 시세보다 4~5배 정도 비싼 용선료를 지불하고 배를 빌리고 있다. 지난해 현대상선은 1조9천억 원. 한진해운은 2조6천억 원을 용선료로 지불했다. 계약기간은 최장 2026년까지로 앞으로 두 회사가 지불해야 할 금액은 5조 원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용선료가 절감되지 않고는 채권단이 투입한 자금이 다시 용선료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이 되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안에 협상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해외 선주들에게 용선료가 인하돼야 현대상선의 생존이 가능하다고 설득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선주들도 배를 빌려줄 새로운 고객을 다시 찾아야 하는 만큼 대부분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선주들은 용선료를 낮춰주는 대신 채권단이 그 부분만큼 지급보증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채권단이 용선료를 지원하고 그 자금이 선주들에게 가는 그런 형태의 구조조정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선주, 사채권자, 채권단 모두가 공평한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혔다.
임 위원장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용선료 조정과 사채권자 조정이 안 되면 채권단의 선택은 사실상 없다”며 법정관리 가능성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자율협약이 순조롭게 진행돼 채무조정이 성사될 경우 기업이 앞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해운동맹에 대해서는 “해양수산부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해운동맹에 잔류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