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LNG(액화천연가스)사업부를 제외한 채 합병을 진행하거나 포스코나 한화그룹 등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을 ‘불허’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이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기한을 2022년 1월20일까지로 정했는데 현대중공업그룹이 제시한 '독과점 구조 해소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했을 때 LNG 운반선에서 독과점 우려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LNG 운반선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약 70%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정부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럽연합의 결과를 지켜보자”며 기업결합 심사를 미루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플랜B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플랜B’를 얘기하겠나”고 일축하며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최우선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점차 플랜B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 회장은 2021년 11월30일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전망을 하면서 플랜A와 B, C, D를 고민하고 있다”며 “합병이 무산됐을 때는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의해서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검토할 만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대우조선해양에서 LNG사업부를 제외한 채 합병을 진행하는 방안이다.
유럽연합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LNG 운반선시장을 독점한 뒤 가격을 올려 유럽 선사가 피해를 입는 것이다.
따라서 LNG사업부를 중소조선소에 매각한 뒤 나머지만 기업결합을 진행한다면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10월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LNG 운반선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독과점 해소는 별도로 회사를 분리해 매각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유럽의 해운사 비중이 약 30%에 이르는 상황에 유럽연합 결합심사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각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LNG 운반선은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과 같은 생산설비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조직에서도 LNG사업부를 따로 떼낼 방법이 마땅치 않아 분리 매각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현대중공업이 아예 인수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
LNG 운반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1척당 가격이 2억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인 만큼 수익성이 좋다.
미래가 밝은 LNG사업부를 제외하면 굳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동걸 회장로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아닌 다른 기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가 된다.
동종업계의 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해외 경쟁당국이 승인하지 않는 만큼 연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매각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인수 후보로는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을 만드는 포스코와 방위 산업체를 보유한 한화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와 한화그룹은 모두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을 보였고 특히 한화그룹은 인수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적이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효성그룹과 SM그룹 등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손잡고 친환경 선박 핵심장비를 개발하는 등 관계가 깊고 SM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조선-해운’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아직은 대안 등과 관련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