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이집트 원전사업에 참여하면서 2022년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한수원은 이번 이집트 원전사업 참여로 원전 건설능력을 다시금 인정받은 만큼 이후 폴란드와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도 일정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이집트 원전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해외 원전사업 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수원은 최근 이집트 엘바다 원전사업의 터빈건물 등 2차측(원자로 건물을 제외한 부속건물) 건설사업을 위한 단독협상자로 선정돼 구체적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물론 한수원이 이집트 엘바다 원전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수원이 2008년 UAE 바라카 원전사업(약 23조 원 규모)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서 조 단위 수준의 사업계약을 맺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집트 엘바다 원전 사업비는 35조 원 수준으로 러시아 JSC ASE가 전체 사업권을 따냈다. 한수원은 이 가운데 5~10%를 담당하게 된다. 구체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조~3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건설사와 기자재 공급사 등 국내 여러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국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건설 중단 등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비록 주계약자는 아니지만 한수원의 이번 이집트 원전사업 참여가 국내 원전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한수원은 이번에 러시아 기업이 먼저 요청해 이번 이집트 원전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을 안정적으로 건설한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집트 원전사업 참여를 통해 얻은 좋은 평판이 앞으로 벌일 해외 원전사업 추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 사장은 현재 체코와 폴란드 등 유럽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체코 원전사업비는 약 8조 원, 폴란드 원전사업비는 약 4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집트 원전사업에 견주면 '본경기'라 할 만하다.
정 사장은 국내 탈원전정책 등에 따라 중동,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원전 사업영역 확대를 추진해왔다.
한수원은 2019년 카자흐스탄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 뛰어들었고 미국시장개척단을 꾸려 미국 원전시장 진출도 꾀했다.
2020년에는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가 발주한 원전 노내핵계측 증폭기·전파간섭 필터공급 입찰의 최종 공급사로 선정됐다. 2021년 8월에는 루마니아에 원전 기동용 변압기를 공급하게 되면서 대형 기자재를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2019년 조직개편에서 이집트사업추진팀을 만들었고 지난해 3월 코로나19에도 이집트를 직접 방문해 현지 건설사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이집트 원전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조 단위의 해외 원전사업 계약이 있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만약 한수원이 해외 원전사업에서 연이어 성과를 낸다면 실적에 큰 도움이 된다.
한수원의 연결기준 영업이익 규모는 정부의 탈원전정책 등으로 2017년 1조3972억 원, 2018년 1조1456억 원, 2019년 7830억 원으로 해마다 감소해 왔다.
2020년에는 원전 보수공사 마무리 등에 따른 원전 이용률 증가로 영업이익 1조3158억 원을 거두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정 사장은 2021년 4월 한국전력 발전공기업 자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2021년 상반기에만 1조361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2020년 연간 영업이익 규모를 이미 넘어서면서 순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