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행정부에 해당하는 집행위원회가 원자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 기후에 친화적인 녹색사업으로 분류하는 규정초안을 제안해 원전사업자의 자금조달이 한결 수월해질 가능성이 나온다.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물론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일부 회원국이 반발하고 나선 모양새이지만 러시아와 에너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유럽으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두산중공업으로서는 소형모듈원전 주기기 제작사업 기회가 한층 넓어질 공산이 크다.
3일 에너지업계에서는 유럽이 에너지 전략에서 원전과 천연가스를 환경친화적 사업으로 분류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군사행동을 언급한 지난해 12월21일 러시아 가스의 유럽 수출을 위한 주요 수송로 가운데 하나인 '야말~유럽' 사이 가스관을 잠그면서 겨울철을 맞은 유럽에는 비상이 걸렸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90%를 수입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약 45%를 공급하는 만큼 야말 유럽 가스관 공급 중단은 당일 유럽의 가스가격을 22.7% 폭등 시킬 만큼 시장에 영향을 줬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거래소의 천연가스의 2022년 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180유로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연합 내부적으로는 전력생산의 70%를 원자력 발전에 기대는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넣자는 입장이고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덴마크 등은 공개적으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을 할 때 환경과 기후 친화적인지 여부를 규정하는 규범이다. 지난해 1년간 유럽 연합 회원국 사이에서는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를 두고 견해가 엇갈렸다.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느냐 여부에 따라 자금조달 등 사업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러시아와 에너지갈등을 겪어 큰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 유럽연합에서 탈원전 명분을 앞세워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자력이 최종적으로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물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곳이 있으면 환경 기후 친화적인 지속가능한 녹색분류체계로 분류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폐기물이 기존 원전보다 적은 소형모듈원전(SMR)을 향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모듈원전은 발전용량 300MW(메가와트) 이하로 원전 핵심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을 하나의 원자로 용기에 담은 일체형 원전을 말한다.
모든 장비가 원자로 안에 다 들어가는 일체형이어서 공장에서 사전제작이 가능하며 원자로 자체는 수조 안에서 작동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소형모듈원전은 전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대사고 발생 확률이 기존 원전과 비교해 1천분의 1 수준으로 낮다.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은 소형모듈원전 개발 사업에 힘을 주기로 했고 프랑스도 소형모듈원전사업을 비롯한 발전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미국의 소형모듈원전전문기업 뉴스케일파워와 엑스에너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어 이들 기업의 글로벌 사업확장에 맞춰 소형모듈원전 주기기 제작 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두산중공업은 이들 기업과 원자로와 주기기 등의 핵심기기의 설계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이 투자를 진행한 뉴스케일파워는 우선 미국 발전사업자 UAMPS(유타 지역발전시스템)가 추진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 프로젝트를 맡기로 돼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두산중공업도 참여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두산중공업의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정부도 원자력 발전산업에 큰 투자가 진행하고 있는 만큼 두산중공업으로서는 소형모듈원전 주기기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소형모듈원전의 선두기업들에 투자와 협력을 진행해 왔는데 이들 기업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두산중공업도 성장기회를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이 러시아와 벌이고 있는 에너지 분쟁은 안보적 측면과 결부돼 있는 문제다”며 “미국에서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지원이 꾸준한데다가 유럽에서도 원전을 일단 녹색 에너지로 분류를 한 초안이 들어선 만큼 두산중공업의 사업전망은 밝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