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매각협상이 제자리걸음이다.
제일기획과 글로벌 3위 광고업체인 퍼블리시스는 가격과 삼성전자 광고물량 보장기한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은 당장 매각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매각을 연기하거나 다른 인수 대상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
|
|
▲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
22일 광고업 전문매체인 미디어포스트에 따르면 모리스 레비 퍼블리시스 회장은 1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제일기획 인수협상에 부침이 있었는데 현재 정체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기획 인수와 관련해 “협의가 쉽지 않다”며 “쉬웠다면 이미 거래가 성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제일기획 매각설이 나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3개월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레비 회장은 협상에 진척이 없지만 제일기획 인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는 “퍼블리시스가 올해 대형 인수나 여러 건의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제일기획은 예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레비 회장이 직접 매각협상의 난항을 언급한 것은 삼성그룹을 압박해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기획은 수많은 글로벌 클라이언트를 둔 서비스업체이기 때문에 매각 관련 이슈가 장기화할 경우 불확실성이 높아져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레비 회장이 협상진행 상황을 흘려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퍼블리시스는 글로벌 3위 광고기업이지만 1, 2위에 비해 성장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퍼블리시스는 제일기획 지분을 인수할 경우 기존 광고주인 삼성전자의 물량을 유지하고 중국에서 디지털사업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제일기획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경우 다른 인수 대상자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퍼블리시스는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인수가격 책정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일기획 주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2만2천 원대 수준을 오갔으나 매각설이 구체화한 지난 2월17일을 기점으로 급락해 현재는 1만7천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매각설이 구체화하면서 주가가 20% 이상 빠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퍼블리시스가 먼저 삼성그룹에 지분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안다”며 “제일기획은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강한 협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 매각을 위해 퍼블리시스에 목을 맬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기업에 국내 광고업계 1위 기업을 판다는 것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하다는 점도 매각협상 진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국내 1위 광고업체를 글로벌 회사로 키우지 않고 해외에 넘기는 것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며 “제일기획이 거느린 5개 프로 스포츠단의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은 삼성그룹의 스포츠사업 재편에 따라 2014년과 2015년 삼성의 5개 스포츠단(프로야구, 프로축구, 남녀 프로농구, 남자 프로배구)을 인수했다.
제일기획은 올해 1분기 영업총이익 2261억 원, 영업이익 22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총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1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 감소했다.
광고회사들은 통상 매출보다 전체매출에서 원가개념인 협력사 지급비용을 제외한 영업총이익을 실적의 지표로 삼는다.
지난해 1분기보다 국내 영업총이익은 6.7%, 해외 영업총이익은 11.1% 늘어났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영업총이익은 갤럭시S7 광고를 포함한 삼성전자 광고물량 확보에 힘입어 2014년 이후 가장 크게 증가했다”며 “해외 영업총이익도 중국과 유럽의 실적개선에 힘입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