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2030 월드베스트 CJ’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이번 임원 직급 통합에 ‘하고잡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CJ그룹에 안착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23일 CJ그룹에 따르면 이번 직급 통합에는 ‘2030 월드베스트 CJ’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격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CJ는 보도자료를 통해 “임원 직급 단일화라는 파격을 시도하는 이유는 연공서열과 직급 위주로 운용되는 기존 제도로는 우수 인재들의 역량을 끌어내기 어렵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들을 제외하고 기존 대기업 그룹 가운데 임원 직급을 2~3단계로 축소한 사례는 있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것은 CJ그룹이 처음이다.
CJ그룹의 ‘절박함’은 앞서 이 회장이 11월 내놓은 중기비전에서도 드러났다.
이 회장은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11년 만에 사내방송을 통해 모든 직원들에게 직접 그룹의 비전과 혁신방향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4대 성장엔진으로 '컬처'(Culture·문화),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치유),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등을 들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2023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회장은 CJ그룹이 ‘정체의 터널’에 갇혀있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이 회장은 “최근 3~4년 사이 우리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체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재’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하고잡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번 직급 통합을 통해 그런 일터를 꾸리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다”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직급 통합을 통해 단순히 직급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경영리더’의 처우,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된다. 성과를 내고 맡은 업무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보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직급에 맞춰 일률적으로 지원되던 차량·사무공간·비서·기사 등도 앞으로는 보직과 역할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바뀐다.
▲ CJ그룹 직급체계 개편 설명도. < CJ >
CJ그룹은 이같은 임원 직급 단일화를 먼저 시행하고 이후 일반직원들의 직급체계도 단순화하는 방안을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CJENM, CJ대한통운도 내년부터 단순화된 새로운 직급체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CJ제일제당은 기존 7단계이던 직원 직급을 전문성, 리더십 등 구성원의 역량 및 역할을 중심으로 한 3단계로 축소하고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무연한을 철폐했다. CJCGV와 CJ푸드빌도 7단계에서 4단계로 직급체계를 개편한 바 있다.
CJ그룹은 직급 통합과 함께 앞서 중기비전에서 발표했던 인재육성을 위한 제도를 함께 시행해 성과와 능력을 중시하는 문화를 빠르게 안착시키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의지와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들에게 직급과 관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 공모제’와 임직원이 소속 계열사와 직무에 제한 없이 그룹 안의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잡 포스팅(Job Posting)’, ‘프로젝트·태스크포스(TF) 공모제’ 등이다.
CJ그룹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파격적으로 임원 직급 통합을 실시한 만큼 올해 연말 인사에서 젊은 ‘경영리더’들을 대거 발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말 진행된 CJ그룹 인사에서는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ENM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가 대폭 교체됐으며 40대 임원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연공보다 능력경쟁을 통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바 있다.
이 회장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인재와 혁신적 조직문화다”며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 연차,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