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화재가 중국 보험시장에 진출한다. 그런데 동부화재의 이번 중국진출은 하와이 등 해외에 법인이나 지사를 세운 지금까지의 방식과 달리 지분투자 방식을 선택했다. 해외지사 운영경험이 풍부한 동부화재가 왜 유독 중국에서 지분투자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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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 |
동부화재는 지난 19일 중국 충칭에서 ‘동부화재-안청사 간 보험협력사업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동부화재의 노하우를 안청사에게 전수해 안청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동부화재는 중국 보험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동부화재가 사업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 독자적으로 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보고있다.
동부화재와 안청사 간 사업협력계약은 지난해 맺어졌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4월 중국 안청보험사 지분 15%를 1500억 원에 인수하고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취득을 통해 동부화재는 안청사 3대주주가 됐다.
안청사는 2006년 국영기업들이 공동출자해 중국 서부지역 충칭시에 설립됐으며 충칭,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영업점을 늘려 최근 4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중국 전역에 사업면허를 보유하고 있어 성장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동부화재가 해외 현지법인이나 지사설립이 아닌 지분인수로 중국에 진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삼성생명이나 현대해상 등 몇몇 국내 보험사도 이미 중국에 진출했지만 지분인수 방식은 동부화재가 처음이다.
동부화재는 이미 괌,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이들 해외지사에서 지난해 1844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해외운영 노하우가 충분히 쌓였는데도 유독 중국만 지사설립이 아닌 지분인수 방식을 택했다.
이에 대해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다른 보험사들의 사례를 참고해 결정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중국에 진출한 외국 보험사 27개사 중 성공한 기업은 지분투자를 한 에이스생명 딱 한 곳”이라며 “합작투자, 독자투자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 지분투자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보험시장만 놓고 보면 현재 한국을 비롯한 10개국의 21개 외국보험사가 중국에서 영업중이지만 시장점유율은 전체 손해보험시장 117조원의 1.2%에 불과하다. 중국 보험시장은 높은 진입장벽과 제약 등으로 외국보험사의 성장과 수익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중국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와 어려운 현지화 작업 등으로 해외진출이 어렵고 성과를 내기는 더욱 어렵다”며 “현지진출 기업들이 중국시장의 특성을 익히는 데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중국진출 실패가 대표적 경우다. 삼성생명은 2005년 중국기업과 합작해 ‘중항삼성인수보험’을 설립했으나 아직까지 중국 내 70여개 생명보험사 중 50위권에 머물며 고전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던 지분 50%의 절반을 ‘중국은행’에 넘겼다. 중국은행의 광대한 영업망을 이용해 보험 판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당국이 얼마나 외국기업에 보수적인지, 중국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며 "결국 지분투자를 통해 점진적으로 진출하든지 아니면 규제를 뚫고서라도 현지 중견기업을 인수하는 등의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점에서 동부화재는 삼성생명의 실패를 거울삼아 중국진출에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동부화재는 지분투자로 비교적 수월하게 중국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동부화재 최초 내부 출신 CEO다. 그는 1979년 동부그룹에 입사해 1984년 동부화재로 옮긴 후 쭉 같은 곳에서 일하다가 2010년 동부화재 사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