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거래자격을 취득한 20개 증권사가 이날부터 배출권 거래를 시작한다.
탄소배출권거래제란 정부가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에 맞춰 기업이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허용량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시장에서 부족한 배출권을 사야하고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적으면 남는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탄소배출권시장은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은 650여 개 기업과 시장조성자 5개사(산업은행·기업은행·한국투자증권·SK증권·하나금융투자)만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폐쇄된 시장이었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은 탄소배출권 할당량이 총 17억 톤, 유통량이 90억 톤으로 유통량이 5배 더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할당량 5억7천만 톤에 유통량은 이의 7% 수준인 4천만 톤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제3자의 배출권거래시장 참여를 통해 유동성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배출권 거래에 참여하게 되면 상시로 거래가 이루어져 배출권의 유동성(유통량)이 확대되고 가격도 '널뛰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안정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배출권시장정보플랫폼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가격은 2015년 국내 시장이 출범할 당시 톤당 8천 원 수준이었는데 2020년 4만 원대까지 올랐다가 현재 3만 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어룡 회장은 탄소배출권거래사업을 대신증권의 새 먹거리로 점찍고 업계에서 가장 앞서 탄소배출권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해 왔다.
대신증권은 2018년 2월 업계 최초로 배출권 장외중개업무를 승인받은 뒤 같은 해 6월 할당배출권 장외중개를 수행했다.
한-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 협력사업단 정책방향 수립에도 참여하며 탄소배출권사업의 리딩 증권사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리츠 및 대체투자 넘버원 전문하우스’라는 비전을 세우고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상품이 아닌 다른 대상으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배출권시장도 초기에는 작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유럽처럼 관련 유통시장이 커지면 또다른 대체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권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은 2015년에 처음 조성된 뒤 매년 성장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량은 2015년 566만 톤, 2016년 1197만 톤, 2017년 2626만 톤, 2018년 4751만 톤, 2019년 3808만 톤, 2020년 4401만 톤으로 늘고 있다.
향후 증권사 시장 참여가 정착되면 업체들이 증권사에 위탁해 배출권을 거래하는 위탁매매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위탁매매가 도입될 시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2021~2025년 배출권거래제 제3차 할당계획 기간 내 위탁매매와 배출권 선물상품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배출권 시장도 실수요자 사이의 거래차원을 넘어 유럽처럼 또 하나의 자산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근 국내에서도 해외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증권사 시장 참여로 거래 활발해지면서 배출권 가격이 높아질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거래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2017년만 하더라도 톤당 4~5유로에 불과했지만 현재 60유로를 넘어섰다. 우리 돈 8만 원 수준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추진도 탄소배출권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을 추진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를 2018년 배출량과 비교해 기존 26.3% 감축에서 40% 감축하는 것으로 대폭 높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