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롯데그룹에서 발 빼는 신동주, 일본에서도 반전 노리기 쉽지 않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020년 1월22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발인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에서 발을 빼고 있다.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에서 경영권 싸움의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미 그의 입지가 일본에서도 많이 좁아졌다는 점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19일 신동주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살펴보면 사실상 현금화할 수 있는 계열사는 롯데제과밖에 남지 않았다.

롯데지주가 5월31일 공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보면 신 회장은 4월29일 기준으로 롯데제과 지분 1.12%(7만1852주)를 보유하고 있다. 17일 종가 기준으로 약 86억 원 규모다.

다른 계열사 지분도 일부 가지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역사 지분 8.73%(31만4400주), 롯데건설 지분 0.37%(12만557주), 롯데멤버스 지분 0.06%(1534주), 롯데캐피탈 지분 0.53%(17만7936주)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롯데제과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모두 비상장 회사라는 점에서 처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지배구조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지 않는 회사들이라 높은 가격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신동주 회장이 최근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지분 전량을 매도한 것은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과 결별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신동주 회장이 그나마 일정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경영권 분쟁에서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동주 회장은 애초 한국 롯데그룹보다는 일본 롯데그룹에 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 핵심은 일본 광윤사다.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호텔롯데의 주주구성을 보면 일본 롯데홀딩스 19.07%, 일본 광윤사 5.45% 등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99% 이상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광윤사가 일본 롯데그룹의 정점이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롯데그룹에서보다 일본에서 보다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꾸준히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배경도 바로 광윤사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상황을 정리해 앞으로 일본 롯데그룹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만큼 앞으로 일본에서 재기를 노리는 데 집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신동주 회장이 운영하는 일본어 웹사이트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을 보면 그는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에 복귀하려는 뜻을 접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주 회장은 6월26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끝난 뒤 이 사이트에 글을 올려 “현재 롯데홀딩스는 그 대표자(신동빈 회장)가 형사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상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을뿐 아니라 창업정신을 생각하지 않는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으로 롯데홀딩스 설립 이래 최다 적자인 1천억 엔 규모의 손실을 내며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와 광윤사는 롯데그룹 사원과 가족, 이해관계자를 위해 지배구조와 컴플라이언스 체제를 재건하고 경영 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신동주 회장은 8월17일부터 9월7일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 보고’라는 자료를 올리며 신동빈 회장 체제의 롯데홀딩스 문제를 조목조목 짚기도 했다.

하지만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에서 반전을 노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 롯데그룹에서 발 빼는 신동주, 일본에서도 반전 노리기 쉽지 않아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주 회장은 2015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해임된 뒤 모두 7차례에 걸쳐 주주총회소집을 요구하며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표대결에서 졌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의 위기를 촉발한 인물이 신동빈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은 신동주 회장의 경영권 흔들기가 더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지분을 가진 종업원지주회사(27.8%), 관계사(13.9%), 임원지주회사(6%) 등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사례다.

‘프로젝트L’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신동주 회장은 신뢰에 더 타격을 입었다.

신동주 회장은 과거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손을 잡고 롯데그룹의 경영 복귀를 노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 전 행장과 어긋나 자문계약을 해지했는데 민 전 행장이 신동주 회장 측을 상대로 자문료 청구 소송을 내면서 ‘프로젝트L’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프로젝트L은 신동주 회장과 민 전 행장이 함께 롯데그룹 경영권을 신동빈 회장에게서 뺏기 위해 가동한 프로젝트의 작전명이다. 

프로젝트L에는 △롯데그룹 비리정보 유포 △롯데월드타워면세점 특허 재취득 무산 △호텔롯데 상장 방해 △지주회사 설립 전 증여지분 매각 등 롯데그룹의 경영을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는 사안들이 포함돼 있다.

프로젝트L이 사실상 해사행위(회사의 경영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동주 회장의 주장을 더 신뢰하기 힘들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