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정몽구(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2015년 12월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 EQ900 신차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제네시스 브랜드의 의미는 단순히 고급차시장에 진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는 과거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몇 년째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의 성장을 이끌었던 경영환경이 더이상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돌파구로 고급차시장 진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17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 전체판매량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EQ900(해외명 G90)과 기존 2세대 제네시스를 포함해 1분기에 모두 1만6477대가 팔렸다. 현대차 전체 내수판매량 16만862대의 10.24%를 차지했다.
첫 차가 나온 지 4개월여 만에 누적점유율이 10%를 넘어선 셈이다. 판매량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월 4439대를 시작으로 2월 5197대, 3월 6859대로 판매량이 점차 늘어났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수익성은 몇 년째 뒷걸음질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역대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률도 6%대까지 하락했다.
현대차는 한때 글로벌 자동차회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로 정점에 오른 뒤 매년 떨어지고 있다. 판촉 경쟁이 심화됐고 환율 등 영업환경도 불리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흥시장의 판매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초 내세운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더이상 대중브랜드만으로 현대차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급차는 시장에 안착할 경우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 줄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높여준다.
고급브랜드 렉서스를 보유하고 있는 토요타는 2014년 영업이익률 8.6%를 달성했다. 아우디를 보유한 폴크스바겐도 2014년 영업이익률이 6%로 글로벌 주요 자동차회사 11곳의 평균 영업이익률 3.9%를 크게 앞섰다.
고급차 기반의 BMW와 다임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9%에 이른다.
정 회장은 특히 고급차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세계 고급차시장의 2010~2014년 연평균 판매 증가율은 10.5%로 대중차시장의 판매 증가율 6%를 크게 웃돌았다.
토요타나 폴크스바겐의 경우 판매량은 대중브랜드가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판매 증가율은 고급브랜드가 높았다.
렉서스 판매량은 2014년에 2013년보다 9% 증가한 반면 토요타 판매량은 이 기간에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폴크스바겐 역시 아우디나 포르쉐, 벤틀리 등 고급브랜드의 판매 증가율이 대중브랜드의 판매 증가율을 3배 이상 앞질렀다.
IHS는 2019년에 세계 고급차시장의 규모가 1천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급차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적절한 시기에 제네시스를 선보인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앞으로 고급차시장에 안착해 제네시스는 물론이고 현대차의 판매량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