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에서 선제적 증설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확대로 친환경 부품과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효성화학이 직접 개발한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폴리케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스판덱스 수요를 예측해 과감한 증설을 통해 세계 1위 점유율을 확보했고 최근에도 반도체 세정공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의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효성화학의 폴리케톤 매출이 친환경흐름을 타고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효성화학의 폴리케톤은 공기로 배출되면 대기오염 물질이 될 수 있는 일산화탄소를 원료로 사용해 다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비교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전기자동차에 폴리케톤 부품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폴리케톤은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으로 이뤄진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다. 기존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인 나일론이나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와 비교해 2.3배 우수한 충격강도를 지니고 있다.
친환경적 성질뿐만 아니라 탄력 등 기능적 우수성이 높아 특수섬유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폴리케톤은 효성그룹의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타이어보강재나 고강도 산업용 섬유에도 적용할 수 있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의 폴리케톤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효성화학의 폴리케톤 플랜트의 가동률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2017년만 해도 3~5%에 불과했던 폴리케톤 설비 가동률이 올해 35%, 2022년에는 50%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폴리케톤을 비롯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 자체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한국화학섬유협회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은 2016년 662억 달러 규모에서 2026년에는 132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업계에서는 이처럼 폴리케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현준 회장이 과감하게 증설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그룹을 이끌면서 경기흐름을 잘 파악해 선제적 증설로 계열사의 수익성을 높인 오너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조 회장은 효성티엔씨의 스판덱스 공장을 선제적 증설로 효과를 본 적이 있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생산능력은 연 14만 톤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3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조 회장은 2020년 1천억 원을 투자해 터키와 브라질의 효성티앤씨 스판덱스 공장 증설에 나서 경쟁회사들과 격차를 벌리는 성과를 거뒀다.
글로벌 스판덱스 2위 업체인 중국 후아폰케미컬(시장점유율 20%)을 비롯한 스판덱스 메이저업체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설을 연기한 것과 대조적 전략을 취했는데 맞아떨어진 것이다.
기업신용평가업체에서도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사업의 호조를 긍정적으로 보고 최근 신용등급을 높여 잡았다. 2020년 7월 효성티앤씨의 신용등급은 A등급에서 올해 11월 A+로 한 단계 올라섰다.
조 회장은 2020년 터키와 브라질 등 글로벌 스판덱스 공장을 증설하는 자리에서 “코로나19 라는 초유의 위기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변화의 시기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과감한 선제증설 전략은 효성화학의 삼불화질소(NF3) 사업에서도 나타난다. 삼불화질소는 반도체 세정공정에 쓰이는 소재다.
효성화학은 내년까지 삼불화질소 생산시설을 증설해 기존 연 4550톤에 연간 생산량 2천 톤을 추가할 준비에 들어 갔다.
조 회장은 세계 주요 삼불화질소기업들이 증설을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발빠른 증설로 성장하는 반도체 소재시장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동욱 연구원은 “2020년 2분기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의 업황이 좋아져 삼불화질소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주요 삼불화질소기업들의 증설계획도 없어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