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 통신망 사용대가 지급을 놓고 다투는 2심 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이 열린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2018년부터 1천억 원대의 통신망 사용대가를 부당이득으로 얻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는 승소한 상태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아직 넷플릭스와 SK그룹 계열사들 사이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며 넷플릭스 측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소송전에서 이미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 협상카드를 쥐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로서도 대화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이 2심 변론준비기일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해 박 부회장과 만날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꾸준히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과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일정 등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도 “넷플릭스로부터 공식적으로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로서도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이 장기화하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박 부회장이 내민 손을 무조건 뿌리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넷플릭스는 최근 통신망 이용대가를 놓고 미국과 유럽 통신사업자로부터도 통신망 사용대가 지급에 관하여 압박을 받고 있어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이 끝까지 진행돼 선례로 남는 것을 피하고자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소송보다 합의를 통해 통신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SK텔레콤 계열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나온다.
박 부회장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 소송전을 장기간 이어가는 대신 극적으로 소송을 취하하는 데 합의하고 협력을 추진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소송을 계속 진행한다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부터 통신망 이용대가를 받아낼 수는 있겠지만 넷플릭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협력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이전부터 SK텔레콤 및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 콘텐츠 제휴 등에서 협력할 의지를 강하게 보여왔다.
박 부회장은 4월 월드IT쇼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부산에서 만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은 웨이브와 넷플릭스 사이 제휴가 가능하다고 말했고 때가 되면 만나자고 했다”며 “이제 웨이브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기에 넷플릭스와 한번 이야기해볼 것이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협력이 크게 도움이 되는 SK그룹 계열사로는 SK스퀘어 아래 콘텐츠웨이브가 꼽힌다.
콘텐츠웨이브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자체적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플랫폼과 콘텐츠 측면에서 넷플릭스와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박 부회장은 콘텐츠웨이브가 제작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넷플릭스 플랫폼에 실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방식으로 협력을 꾀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SK텔레콤이 게임 분야에서 협업할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가 최근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고 게임 개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게임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9월 비디오게임 개발사 나이트스쿨스튜디오를 인수했고 앞서 7월에는 EA와 페이스북에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개발하던 마이크 버듀를 게임 개발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지식재산(IP)를 기반으로 모바일게임을 넷플릭스 앱에서 선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더 콘텐츠 지식재산과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결합한 게임을 출시하면 이를 SK텔레콤의 게임서비스 ‘5GX 클라우드게임’에서 출시할 수도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통신망 사용대가를 연간 300억 원으로 계산해 넷플릭스가 2018년 5월부터 1천억 원대의 통신망 사용대가를 부당이득으로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원고)가 SK브로드밴드(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통신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 관해 6월 넷플릭스의 채무를 인정하는 1심판결을 내렸다. 치열한 법적 공방 끝에 소송이 제기된 지 1년 2개월 만에 난 판결이라는 점에서 넷플릭스로서는 이를 뒤집기가 만만치 않아졌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토종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를 운영하고 있어 동영상서비스와 관련해 넷플릭스와 협상력에서 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넷플릭스 기업 자체가 다른 기업과 협력을 활발히 하는 곳이 아니어서 어떤 식으로 사업협력이 이뤄질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