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엑시노스’ 모바일 프로세서와 이미지센서 등 자체 브랜드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책임지는 시스템LSI사업부장에 올라 삼성전자의 설계역량 강화에 중책을 맡게 됐다.
박 사장은 애플과 퀄컴, 대만 미디어텍이 모두 막강한 경쟁자로 자리잡은 모바일 프로세서시장에서 엑시노스가 차별화된 성능을 갖춰내 주류로 자리잡도록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박 사장은 이미지센서와 프로세서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7일 이뤄진 삼성전자 정기 사장단인사에서 시스템LSI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해 시스템LSI사업부장에 선임되며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
강인엽 사장이 시스템LSI사업부장 직책을 박 사장에 물려주고 DS부문 미주총괄에 올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사업 전반을 책임지게 되면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세계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중장기 사업 목표를 핵심으로 두고 있는 만큼 자체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내부 출신이 아닌 DB하이텍(옛 동부하이텍)에서 영입된 박 사장이 삼성전자 주요 반도체 사업부문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을 두고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경영자인 만큼 앞으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이끌며 회사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그동안 주로 삼성전자 이미지센서사업을 이끌며 6400만 화소와 1억800만 화소급 고성능 이미지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기여해 자체 ‘아이소셀’ 브랜드 이미지센서의 성장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시장 절대강자로 꼽히는 일본 소니에 맞서 업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외부 고객사에 공급을 확대하는 데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박 사장은 시스템LSI사업부장으로서 앞으로 엑시노스 모바일 프로세서도 이미지센서와 같이 상위 경쟁사를 뛰어넘고 기술력 선두에 오를 수 있도록 성공전략을 재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프로세서로 퀄컴과 미디어텍, 애플 등 여러 강력한 상위기업을 상대하며 모바일 프로세서 주류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장기간 노력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직 중국 스마트폰업체 일부를 제외하면 삼성전자 이외에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탑재할 고객사를 찾기 어렵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도 탑재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퀄컴이나 미디어텍 등 경쟁사 프로세서와 비교해 엑시노스가 성능이나 가격,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가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자체 프로세서 설계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 당분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이미지센서사업에서 기술적 한계 극복을 강조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을 쓰는 셈이다.
박 사장은 센서사업팀장으로 일할 때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삼성전자 엔지니어에게 기술적 한계란 좋은 동기부여이자 넘어서야 할 숙명”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자체 시스템반도체 설계에 어떤 기술적 한계를 만나더라도 결국 이를 넘어서야만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엑시노스의 기술 경쟁력과 브랜드 강화는 시스템반도체 외부 공급 확대를 통한 새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과 스마트폰사업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자체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활용하기 때문에 반도체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고 외부 고객사에 삼성전자 미세공정 기술을 홍보하는 역할도 맡는다.
삼성전자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되는 엑시노스 프로세서가 높은 성능과 전력효율을 보인다면 다른 고객사들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활용을 적극 검토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사업부에서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성능을 인정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늘린다면 안정적 생산과 원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받을 공산도 크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퀄컴과 미디어텍 등 외부 프로세서에 계속 의존하면 안정적으로 프로세서를 수급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프로세서 단가가 높아지면 원가경쟁력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삼성전자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 여러 사업부에 긍정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셈이다.
자동차용 반도체와 확장현실(XR)기기용 프로세서 등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이끄는 박 사장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런 신산업 분야는 경쟁사들의 영향력이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설계 역량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성공한다면 큰 성장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박 사장은 1964년 출생으로 연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LG반도체에 입사한 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를 거쳐 7년 동안 동부하이텍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동부하이텍 대표를 지낼 때 업계 최초로 아날로그반도체의 기반이 되는 0.18미크론급 복합전압소자(BCDMOS)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술 경쟁력의 기반을 닦았다.
삼성전자 자체 시스템반도체사업 초기인 2014년에 삼성전자로 이동한 뒤 LSI사업팀장, 센서사업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으로 일하며 비메모리 분야 기술역량 강화에 꾸준히 기여해 왔다.
삼성전자는 정기 사장단인사를 발표하며 “반도체사업에서 기술 리더십과 비즈니스 역량이 검증된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워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