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소득 수준은 영국 등 서유럽 국가와 비슷하지만 불평등은 훨씬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7일 소득, 부, 성별, 환경 등 4가지를 기준으로 국가별 불평등 수준을 진단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내놨다.
▲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11월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불평등끝장 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발족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번 보고서는 전 대륙에 퍼져 있는 1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4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평균 구매력평가(PPP) 기준 성인 평균 소득은 1만6700유로(약 2200만 원)였다.
한국 성인 인구의 평균 소득은 3만3천 유로(약 3843만 원)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3만2700유로), 스페인(3만600유로), 이탈리아(2만9100유로)보다 높고 프랑스(3만6300유로), 독일(3만9900유로)보다는 낮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소득은 연금과 실업보험을 반영한 세전 금액이며 구매력평가(PPP) 기준 1유로는 한화 1165.3원으로 계산했다.
2021년 기준 상위 10%가 1인당 15만3200유로(약 1억7850만 원)를 벌어 국가 전체 소득의 46.5%를 가져가는 동안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0%에 불과한 1만600유로(약 1233만 원)를 벌었다.
1990년대 이후 국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10%포인트 증가한 반면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5%포인트 감소해 불평등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1960∼1990년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한국 성인이 보유한 부는 평균 17만9700유로(약 2억937만 원)로 중국 평균보다 2배 이상, 인도 평균보다 8배 이상 높아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에서는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및 주택 등 비금융자산과 부채 등을 모두 포함해 부를 정의했다.
다만 부의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평균 105만1300유로(약 12억2508만 원)로 전체 부의 58.5%로 나타났다. 하위 50%는 평균 2만200유로(2354만 원)로 전체의 5.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는 14배였지만 부를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가 52배에 이르렀다.
서유럽권 소득격차와 비교해보면 프랑스가 7배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8배, 영국 9배, 독일은 10배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