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한 부회장이 완제품사업들을 함께 이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장단 인사와 함께 기존 IM(IT&모바일)부문과 CE(소비자가전)부문을 세트부문으로 합치는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한 부회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세트부문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삼성전자가 IM부문과 CE부문을 합친 것은 두 부문 모두 대표이사에게 요구되는 사업역량이 같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 부회장에게 대표이사를 맡긴 것은 완제품사업의 갈 길을 프리미엄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CE부문은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40조5천억 원, 영업이익 2조9천억 원을 거뒀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냈던 연 매출 48조2천억 원, 영업이익 3조5천억 원을 넘어 실적 신기록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실적 호조에는 한 부회장의 프리미엄시장 집중전략이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부회장은 올해 네오QLEDTV, 라이프스타일 디스플레이 더프레임(The Frame), 고급 프로젝터 더프리미어(The Premier) 등 프리미엄 제품을 선봉에 세우는 전략으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 심은 프리미엄 DNA를 기존 IM부문의 주력사업인 스마트폰사업에도 이식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은 프리미엄시장에서부터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점유율은 1년 전 22.1%에서 20.2%로 떨어졌다.
이 기간 2위 애플은 점유율이 11.1%에서 14.2%로 높아져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갤럭시S 시리즈와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의 ‘맞수’다.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 전체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를 향한 추격의 고삐를 거세게 당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보다 중국 OVX(오포, 비보, 샤오미)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로, 애플은 iOS로 운영체제가 다르지만 중국 OVX는 삼성전자와 같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다. 삼성전자의 시장 입지가 흔들리는 데는 안드로이드 진영 내부에서 OVX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OVX는 기존의 중저가 스마트폰 중심 사업전략이 아닌 프리미엄급 5G(5세대 이동통신)스마트폰 중심의 사업전략을 펴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고자 한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안드로이드 5G스마트폰시장에서 샤오미가 점유율 25.7%, 비보가 18.5%, 오포가 17.9%로 점유율 1~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6.5%의 4위였다.
판매량을 살펴보면 2분기 삼성전자가 1년 전보다 126% 늘어나는 동안 샤오미는 452%, 비보는 218%, 오포는 231%씩 급증했다.
결국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이 시장 입지를 다시 확대하려면 프리미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세트부문 대표이사로서 한 부회장이 안은 과제인 셈이다.
한 부회장은 ‘본업’인 TV사업에서도 프리미엄시장 전략을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2022에서 퀀텀닷올레드(QD-OLED)TV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미니LED(발광다이오드)TV와 마이크로LEDTV의 생산량도 확대하면서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삼성전자 프리미엄 TV 라인업이 더욱 다양해지는 만큼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과 공급망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사업뿐만 아니라 TV사업도 이전과는 다른 전략이 요구된다. 세트부문 대표이사로서 한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한 부회장은 1962년 태어나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1988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에서 경력을 시작해 상품개발팀장, 차세대전략팀장, 글로벌운영센터장 등을 거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에 오른 ‘한우물’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시장에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연속으로 판매량 1위에 오른 시장의 최강자다. 여기에는 한 부회장의 기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부회장은 TV사업에서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며 “앞으로 세트사업 전체의 수장을 맡아 사업부 사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세트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