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K-뷰티'는 나는데 왜 'K-패션'은 맥을 추지 못할까?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중국에서 승승장구하지만 국내 패션업체들은 중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업체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현지화 전략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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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구본걸 LF 회장,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
국내 패션업체들은 국내에서 성장정체를 겪으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중국에 연이어 진출했지만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체 빅3으로 꼽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LF,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지난해 모두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LF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지난해 각각 영업이익 741억과 598억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4년보다 각각 22.6%, 4.6%가 줄어든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90억 원이었다.
국내 경기침체로 시장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며 실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37.1%, 43.2%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외에도 화장품업체들은 중국성장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늘고 있다.
화장품업체들은 이제 중국을 기반으로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등 동남아로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데 패션업체들은 중국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1997년부터 20년 가까이 중국을 공략하고 있지만 해외매출이 전체의 10% 수준에도 못미친다. LF와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경우 해외매출이 전체매출의 1~4%수준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K-패션과 K-뷰티의 이런 극명한 실적 차이는 중국에서 ‘현지화 전략’의 성공에서 갈렸기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이랜드는 해외매출이 전체매출의 60% 수준으로 중국 패션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데 국내상품과 전혀 다른 상품을 중국에 내놓으며 현지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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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왼쪽)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업체들은 중국에 진출하며 회사의 핵심임원을 보내는 등 현지화에 주력했지만, 패션업체들은 순환보직 자리로 활용하며 한국 상품의 재고를 처리하는 시장 정도로 여겼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체들은 중국에 진출하던 초기 사업의 중점을 디자인보다 제조에 뒀다. 그러다 보니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
화장품업체들은 중국에서 한국의 기초제품이 인기를 얻자 이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며 인기를 얻은 반면 국내 패션업체들은 주력브랜드를 중국에 내놓는 데 급급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30개 성마다 체형과 선호하는 색상 이런 것들이 모두 다르다”며 “국내보다 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시장인데 제조업 마인드로 무작정 물건을 내놓으니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