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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
이서현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을 오롯이 맡은 지도 100일이 넘었다.
이 사장은 경영시험대에 올라 ‘스피드경영’을 전면적으로 내걸었다. 스피드경영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실적부진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 불황에도 강한 ‘잡화’ 키워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불황에도 강한 잡화 라인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액세서리사업부는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로 ‘엠씨엠’(MCM) 출신 이선희씨를 영입했다. MCM은 토종 핸드백시장을 주름잡아 온 강자인데 이곳 출신을 영입하면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핸드백을 비롯한 잡화상품 개발에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패션시장은 연 1~3%대 성장률을 보이며 정체돼 있다. 하지만 2030세대가 주도하는 잡화시장은 연 5~10%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빈폴액세서리는 2030세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최근 중저가라인을 확장하며 소비자의 진입문턱을 낮췄다.빈폴액세서리가 내놓은 30만 원대 잡화라인인 ‘보니’와 ‘허니’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겨냥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보니와 허니의 상품수는 빈폴액세서리 전체 상품수의 7% 수준인데 판매량은 전체의 20%에 이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잡화브랜드 ‘라베노바’와 ‘일모’를 동시에 출시했다. 그 뒤 헬스케어 스타트업 ‘직토’, 장난감가게인 ‘우연수집’ 등과 협업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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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폴액세서리가 백팩 오른쪽 어깨끈에 근거리무선통신(NFC)칩을 넣어 스마트폰의 빈폴액세서리앱과 연동시켜 착신금지, 블루투스 기능 등이 가능한 제품을 내놨다. |
IT기술을 접목한 잡화와 의류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갤럭시 스마트슈트에서 시작한 IT 기능을 빈폴의 지갑과 가방에 적용했다.
빈폴액세서리는 지난 2월 근거리무선통신(NFC)칩과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백팩과 지갑, 목걸이형 카드지갑, 열쇠고리 등을 내놓았다.
지난 1월 열린 CES2016에서 웨어러블플랫폼 브랜드 ‘더휴먼핏’의 8개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더휴먼핏은 IT기술을 옷에 적용한 착용형 전문브랜드다.
이같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변화는 이서현 사장이 패션부문의 경영을 총괄하게 되면서 나타난 것이다.
◆ 해외사업은 여전히 신중모드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을 단독으로 맡으면서 사내방송을 통해 “변화에 맞서려면 현재의 좌표를 점검하고 지금보다 10배는 빨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션시장의 정체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부진을 속도로 극복하자는 이른바 ‘스피드경영’을 내세운 것이다.
이 사장은 해외사업 확대에 신중하다. 패션업체에게 해외시장은 국내 시장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하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수익성 개선이 더 중요한 상황인 만큼 무턱대고 해외에 나가기 어렵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7380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매출 1위를 수성했지만 영업손실이 90억 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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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의 국내 매장 모습. |
이 때문에 ‘이서현 브랜드’로 불리는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중국진출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부터 중국 SPA의류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여전히 공식 움직임은 없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1997년부터 20년 가까이 중국을 공략하고 있지만 해외매출이 전체의 10%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빈폴과 엠비오, 라피도, 준지 등 4개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데 엠비오와 빈폴이 그나마 중국에서 유통망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빈폴은 중국에 170여 개 점포를 둬 삼성물산 패션브랜드 가운데 중국에서 가장 많은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엠비오는 38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50여 개 점포로 늘리려 한다.
◆ 이서현, ‘미래의 럭셔리’ 어떻게 그릴까
이서현 사장이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 함께 제시한 패션부문의 실적목표를 달성하려면 갈 길이 바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20년까지 연매출 10조 원까지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삼성물산의 전체 매출 3조300억 원 가운데 약 5.8% 비중을 차지했는데 2020년 그 비중을 17%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직 매출 2조 대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5년 안에 5배 이상 성장을 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을 세운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줄어들기도 했다.
이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의 최일선에 나선 것도 목표달성을 위해 갈 길이 먼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경영전면에 나선 뒤 대외적 행보를 확대하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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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장 사장(왼쪽)과 남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 사업 총괄 사장. |
이 사장은 지난달 남성복 브랜드 ‘준지’가 참가한 이탈리아의 ‘삐디워모’(Pitti Uomo) 행사에 참여했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니 더 열심히 해서 글로벌 명품브랜드를 만들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사장이 삼성물산의 패션부문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이 사장은 오는 19~21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컨테나스트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는다. 연설의 주제는 ‘미래의 럭셔리’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루이비통 모엣 헤네시)그룹 회장의 아들인 앙트완 아르노가 제1회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맡기도 했던 만큼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다.
이 행사는 패션매거진 ‘보그’(Vogue)와 '지큐'(QA)를 비롯해 143개의 잡지를 발간하는 미디어그룹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이 주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