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일으킨 바이러스는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무서운 존재다.
바이러스는 생물로 분류되지만 혼자는 살 수 없다. 세포에 기생하고 세포 안에서만 증식이 가능하다. 눈으로 볼 수 없어 특수 현미경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다.
바이러스를 구성하고 있는 DNA나 RNA는 4개의 염기로 구성된 화학적 결합 물질이다. 4개 염기의 결합에 따라 각각 다른 생물이 탄생하는 신비롭고 놀라운 생명체가 바로 바이러스다.
인류는 이 작은 바이러스가 만들어 내는 질병을 정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세계 과학자가 참여해 인간을 구성하는 DNA의 서열인 유전자 지도를 밝혀냈다.
그 뒤 유전자 지도를 활용해 의약품과 진단 분야의 많은 성과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아직 바이러스의 위협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년 동안 한국은 국제적 평가를 받을 만큼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약회사가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고 있다.
2020년 현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제약 관련 회사만 140개를 넘을 정도로 국내에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제약회사가 많은데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지 못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백신을 가장 먼저 개발한 화이자나 얀센은 미국의 대표적 제약기업이다.
이들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백신을 조기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의약품과 백신에 관한 연구와 생산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축적해 놓은 경험과 노하우 덕분에 인적, 물적 자원을 단기간에 집중투입해 백신을 만들 수 있었다.
벤처회사였던 모더나도 연구기능만 있었던 작은 기업이었지만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온 덕분에 빠르게 mRNA백신을 내놓을 수 있었다.
백신은 일반의약품 못지않게 연구개발에서 임상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꽤 오랫동안 물적, 인적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 연구자들에게 안정적 연구환경이 제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백신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선진공업국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인재들에게 연구할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연구결과에 따라 연구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
연구원들의 연구비와 연구성과에 따른 보상만 생각하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이들이 만들어 낸 연구성과는 이들에게 비용을 쓴 국가와 기업의 몫이 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 아직까지 유능한 연구원들이 한국과 한국 제약회사에 정착해 백신연구에 매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당분간 한국에서 바이러스 백신 개발 소식을 듣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의 의료제약산업 역사도 70년을 넘어섰다.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고 드문드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연구를 위한 투자와 전문가도 양성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한 움직임은 미미하다.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기보다 내부양성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바이러스의 파괴력과 백신의 필요성을 감안하면 백신 연구원 확충 노력은 너무 안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세계적 제약회사와 격차를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언제 연구원을 키워서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말인가?
헤드헌팅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 의료제약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백신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과 연락을 할 때마다 이들만이라도 국내에 들어오고 한국의 제약회사에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들을 영입하는 것은 단순히 한 개인을 채용하는 게 아니다. 선발회사의 연구시스템과 네트워크,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사는 것이다. 단기간에 한국의 의료제약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핵심기반을 닦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약기업과 정책당국이 합심해 선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수한 한국인 연구원들을 영입해야 한다.
모더나는 실험실에서 출발해 10년 넘게 인적 물적자원을 투자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우리도 단기성과를 기대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투자의 첫 단추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수한 연구원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커리어케어 헬스케어본부장 송현순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