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금융대장주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가 증시에 입성하며 시장에서 바라보는 플랫폼 경쟁력이 희석된 데다 8일부터 보호예수물량도 풀려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식 2030만 주에 관한 의무보유 제한이 풀렸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8월부터 3개월 의무보유가 걸려있던 기관 물량 506만8543주와 넷마블이 보유한 761만9592주, 스카이블루 럭셔리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761만9592주 등이다.
보호예수물량 해제는 이미 예정된 일정이지만 최근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은 카카오뱅크에는 기업가치에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카카오뱅크 주가는 1개월 의무보유가 풀렸던 9월6일 4.6% 빠지기도 했다. 이날도 장 초반 8% 급락했고 오후 1시 기준 3% 이상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공모시기부터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왔다. 보호예수물량이 해제될 떄마다 주가가 요동치는 이유다.
카카오뱅크 기업가치에는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미래가치가 미리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은행사업만으로 가치를 책정하면 자산규모가 훨씬 큰 금융지주들보다 앞서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설명할 방도가 없기 떄문이다.
문제는 카카오뱅크가 종합금융 플랫폼으로서 역량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카카오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카카오페이가 3일 상장하며 종합금융 플랫폼 위상을 누가 차지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협업관계보다는 경쟁관계로 읽히고 있다. 두 기업은 같은 그룹 계열사지만 종합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두고 있어 사업상 경쟁관계라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상장하기까지 과정에서도 협업보다는 각각 역량 키우는 데 집중해온 점도 이런 시선에 힘을 싣는다.
실제로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이후 3거래일 동안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주가가 반대로 움직인다고 해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서로 대체관계에 놓여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데 거는 기대가 적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카카오뱅크는 내부 경쟁 뿐아니라 외부와 경쟁관계도 신경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에 비해 플랫폼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금융지주들이 1년 넘게 디지털 전환에 공들이며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들은 카카오뱅크 성장을 지켜보며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디지털 전환을 그룹 최우선 과제로 꼽고 플랫폼 통합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사들이 빅테크와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여겨지던 규제들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0월 말 주요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융그룹이 하나의 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겠다 태도를 보였다.
금융지주들은 이미 금융분야 대부분에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만큼 종합금융 플랫폼에 더 빨리 도달할 수도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금융대장주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뱅크 8월 상장 후 곧장 기업가치 30조 원을 넘기는 등 금융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최근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약 26조 원 수준으로 뒤를 쫓는 KB금융지주, 카카오페이 등과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8일 기준 KB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약 23조 원,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은 약 20조 원 등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