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미래차의 시작 GV60, 첨단기술과 역동성으로 무장

▲ 경기 가평군 한 카페에 전시된 제네시스 'GV60'. <비즈니스포스트> 

“고급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보여주겠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겸 제네시스사업본부장 사장은 9월 말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를 출시하지 않고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을 세웠는데 첫 전용플랫폼 전기차인 GV60은 그 시작으로 여겨진다.

GV60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제네시스의 전동화 전환 계획의 힘찬 출발을 알릴 수 있을까? GV60을 직접 타봤다.

◆ GV60, 첨단기술로 제네시스의 전기차의 미래를 보여주다

3일 경기 스타필드하남 야외 주차장에서 GV60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퍼포먼스 AWD(사륜구동) 모델에 파퓰러패키지와 드라이빙어시스턴트패키지II, 뱅앤올룹슨사운드시스템, 비전루프, 디지털사이드미러 등 모든 옵션이 들어간 8769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세제혜택 적용 전 보조금 미반영 가격)
[시승기] 제네시스 미래차의 시작 GV60, 첨단기술과 역동성으로 무장

▲ 경기 가평군 한 카페에 전시된 제네시스 'GV60'. <비즈니스포스트>

GV60을 직접 타보니 지금껏 시승했던 어떤 차보다 미래차처럼 느껴졌다.

GV60은 물리적 차키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마트키가 없어도 생체정보만으로 문을 열고 운전을 할 수 있다.

이날 사전등록을 통해 직접 얼굴인식으로 차문을 열고 지문인식으로 시동을 걸었는데 어색하거나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 GV60은 즉각적으로 얼굴과 지문을 인식하며 운전자를 알아봤다.

얼굴이나 지문 등록도 차키 2개를 모두 보유한 상태에서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의 설정을 몇 단계 거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이뤄졌다.

실제 운전에서도 미래차 느낌을 물씬 풍겼다.

우선 시동버튼을 누르니 공 모양 전자식 변속기인 ‘크리스털스피어’가 부드럽게 돌아가며 운전자를 맞았다. 크리스털스피어는 평상시에는 무드등 역할을 하고 시동이 걸리면 변속기로 변하는 기술로 GV60에 처음 적용됐다.

디지털 계기반(클러스터)에서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이 나타났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카메라로 실제 도로를 그대로 비춰주고 그 위에 앞으로 갈 방향, 거리 정보 등을 알려주는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이 실제 카메라 화면 위에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기능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앞을 보지 않고 디지털 계기반만 보며 운전을 하니 마치 자동차게임을 하는듯한 느낌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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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GV60' 디지털 클러스터에 나온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비즈니스포스트>

잠시나마 증강현실 내비게이션만 보며 운전할 수 있었던 것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덕분이다.

GV60에는 현대차그룹이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이 모두 들어갔다.

GV60에 적용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은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도로에서 서다 가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앞차와 거리, 차선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운전자의 피로도를 상당히 낮췄다.

속도와 내비게이션, 주변차량 움직임 등을 보여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 양측 후방을 선명히 보여주는 디지털사이드미러 등도 GV60에 미래적 느낌을 더했다.

◆ 제네시스 가운데 가장 역동적 모델, 부스트모드도 매력적

역동적 성능은 더할 나위 없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GV60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지점도 바로 역동성이다.

GV60은 기본적으로 에코(연비 중심 주행), 컴포트(편안한 주행), 스포트(역동적 주행) 등 3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GV60은 세 주행모드에서 모두 가속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부드럽고 빠르게 치고 나갔다. 특히 스포트모드에서는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도 가속페달에 조금만 힘을 더 실으면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순간속도가 붙었다.

시승차량인 GV60 퍼포먼스 모델은 전륜과 후륜에 각각 최대 출력 160kW 모터를 장착해 합산 최대출력 320kW, 최대토크 605Nm의 성능을 낸다.

이에 더해 퍼포먼스 모델에는 10초 동안 최대출력을 360kW, 최대토크를 700Nm까지 높일 수 있는 ‘부스트모드’도 적용됐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부스트모드 버튼을 눌러 활성화하는데 부스트모드에서는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4초에 그친다.

부스트버튼은 스포트 모드가 아닌 어떤 모드에서 눌러도 곧바로 작동됐다. 부스트버튼을 누르면 준비상태가 되고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10초 동안 출력이 높아졌다.

GV60은 기본적으로 스포트 모드를 적용하면 등받이 양 옆이 조여지는데 부스트모드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조여지며 긴장감을 높였다.
[시승기] 제네시스 미래차의 시작 GV60, 첨단기술과 역동성으로 무장

▲ 제네시스 'GV60' 스티어링휠. 오른쪽 하단에 있는 노란색 둥근버튼이 부스트버튼이다. 반대편 하얀색 둥근버튼은 주행모드 변경버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회생제동 기능도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회생제동은 차량 제동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의 기능으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작동했다.

스티어링휠 양옆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통해 회생제동 강도를 0부터 4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강도를 높일수록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속도가 더 빨리 줄었다.

강도를 가장 높이면 가속페달 하나로 정차까지 할 수 있는 아이페달(i-PEDAL) 기능으로 자동 전환돼 한 발 운전도 가능했다.

고급차답게 정숙성도 훌륭했다. 시속 100km가 넘는 고속 상황에서도 바깥소음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수시로 속도를 확인했다.

뱅앤올룹슨 사운드도 마음에 들었다. GV60에는 17개의 뱅앤올룹슨 스피커가 탑재돼 있다. 제네시스에 뱅앤올룹슨 스피커가 들어간 것은 GV60이 처음이다.

이날 시승은 경기 스타필드하남 야외 주차장을 출발해 경기 가평군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77km 구간에서 이뤄졌다.

1kWh당 전비는 경기 가평군 카페를 갈 때는 4.4km, 스타필드하남으로 돌아올 때는 5.3km를 보였다. GV60 퍼포먼스 모델의 공식 전비는 1kWh당 4.3km다.

주행가능거리는 실제 주행거리와 비슷하게 줄었다. 가평 카페를 출발할 때 배터리 잔량 77%, 주행가능거리 274km를 확인했는데 38km 가량을 달려 스타필드하남에 돌아와 보니 배터리 잔량 69%, 주행가능거리 239km가 찍혀 있었다.

GV60 퍼포먼스 모델은 한 번 충전하면 368km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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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GV60' 배터리 관련 화면. 배터리 잔량, 주행가능 거리, 가까운 충전소 위치 등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 G60은 미래차로 가는 시작, 기술 진화 가능성을 엿보다

미래차의 완성이 아닌 시작으로 느껴진 만큼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새로운 기술이 얼마큼 운전자의 효용 확대로 이어질지 의문이 들었다.

얼굴인식으로 문을 열기 위해서는 우선 손으로 차문 손잡이를 만져야 했다. 이후 B필러(1열과 2열 사이 기둥)에 있는 카메라가 작동해 얼굴을 인식하는 시스템인데 차키나 스마트키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으면 손잡이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문이 열렸다.

이는 지문인식을 거쳐 시동을 거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키나 스마트폰이 있으면 지문을 찍는 과정 없이 바로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운전자가 차키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만큼 얼굴을 직접 인식해 문을 열고 지문으로 시동을 거는 일은 극히 드물어 실제 활용도는 떨어질 듯했다.

가상현실 내비게이션과 디지털사이드미러, 헤드업디스플레이, 디지털 계기반에 나오는 후측방모니터(BVM), 기존 내비게이션시스템까지 실내에 너무 많은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점도 시선을 조금 분산했다.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해당 방향의 후측방을 계기판에 보여주는 후측방모니터(BVM) 기능은 디지털사이드미러가 적용된 상황에서 중복기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품질적 측면에서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시승차량은 운전석 문이 잘 닫히지 않아 조금은 힘을 줘야 닫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승차라서 다소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 고객 입장에서 이런 차를 인도 받는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듯했다.

이런 아쉬움에도 GV60의 매력은 충분히 넘쳤다.

현대차는 아직 GV60의 본격적 인도를 시작하지 않아 거리에서 GV60를 마주치기란 쉽지 않다. 이에 시승 중 마주친 몇몇 운전자들은 GV60을 유심히 쳐다보며 관심을 보였다.

GV60은 제네시스 모델 가운데 가장 작고 역동적이면서도 전기차 특성을 반영한 매끈한 디자인으로 출시 전부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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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GV60' 차량 설정 화면. <비즈니스포스트>

이는 사전계약 흥행으로 이어졌다.

GV60은 웬만한 옵션을 적용하면 6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고가에도 10월 국내에서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8천 대가 넘는 주문이 몰렸고 사전계약 1주일 만에 1만 대 주문을 넘겼다.

현대차는 GV60를 스탠다드 후륜과 스탠다드 사륜, 퍼포먼스 등 모두 3가지 모델로 운영한다. 세 모델 모두 77.4kWh 배터리를 탑재한다.

스탠다드 후륜 모델은 뒷바퀴에만 모터가 달려 최대출력 168kW, 최대토크 350Nm의 성능을 낸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451km를 갈 수 있다.

스탠다드 사륜 모델은 후륜에 최대출력 160kW 모터, 전륜에 최대출력 74kW 모터를 장착해 합산 최대출력 234kW, 최대토크 605Nm의 성능을 갖췄다. 1회 충전 최대 주행 가능거리는 400km다. (19인치 휠 기준)

판매가격은 스탠다드 후륜 모델은 5990만 원, 스탠다드 사륜 모델은 6459만원(19인치 기준), 퍼포먼스 모델은 6975만 원부터 시작한다. (친환경차 세제혜택 및 개별소비세 3.5% 반영 기준)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시승기] 제네시스 미래차의 시작 GV60, 첨단기술과 역동성으로 무장

▲ 제네시스 'GV60' 전면 수납공간.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