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임기 첫해 체면을 구길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하나은행 순이익이 은행업계 선두권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을 따라잡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은행에게도 추월당할 위기다.

박 행장은 내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려 경영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4분기 절치부심해 우리은행의 추격을 막아낼지 주목된다.
 
하나은행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에게 뒤져, 박성호 첫해 신발끈 다시 맨다

박성호 하나은행장.


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올해 1~3분기 기준으로 하나은행은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에 근소한 차이로 밀리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하나은행이 1조9470억 원, 우리은행이 1조9930억 원으로 460억 원가량 차이가 난다. 

비이자이익에서 두 은행의 희비가 갈렸다.

두 은행 모두 올해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이자이익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자산관리(WM) 수수료와 유가증권 매매이익 등 증가로 3분기에 비이자이익이 40% 넘게 늘어난 반면 하나은행은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줄면서 오히려 비이자이익이 절반 넘게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합병한 뒤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 번도 우리은행에 연간 기준 순이익이 뒤처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역전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3월 하나은행장에 발탁된 박성호 행장으로서는 이런 상황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 우리은행에 상당한 우위를 유지했는데 박 행장 취임 후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임자였던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하나은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순이익 격차가 컸다. 2019년에는 8천억 원, 2020년에도 6천억 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비록 임기 첫해이지만 박 행장에게 있어 하나은행의 실적은 경영능력을 보여줄 중요한 기회다.

김정태 회장이 더 이상 연임할 뜻이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회장 승계구도는 하나금융지주 3명의 부회장과 박 행장 등을 중심으로 구축될 공산이 크다.

함영주 부회장과 지성규 부회장이 비록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두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 경영능력 측면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김정태 회장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지주회장 간담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임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답했다.

박 행장은 행장에 오르기도 전인 1월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최종후보군에는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부행장이었던 박 행장이 회장후보에 들었던 이유로 하나금융그룹의 주요 전략축인 디지털과 글로벌 경험이 많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하는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꼽혔다.   

박 행장은 하나은행 경영관리본부장, 하나금융지주 그룹전략총괄,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 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장,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 등을 거쳐 디지털, 글로벌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 행장은 2020년 7월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장에 올라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었지만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관리부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진땀을 뺐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 행장은 1964년 8월10일 태어나 대신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