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면서 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 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정 사장은 실적 호조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위주 성장을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3분기 호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수익 둔화와 운용이익 축소에도 투자은행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순영업수익은 이전 분기대비 9%,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594억9500만 원, 순이익 6209억5300만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2일 공시했다.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에 따른 지분법이익이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분기 순이익이 6천억 원을 넘어선 것이 인상적이다.
앞서 3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한 대형증권사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이 순이익 2146억5500만 원, KB증권이 순이익 1702억3700만 원, 하나금융투자가 순이익 1334억600만 원을 각각 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실적은 다른 증권사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탁월한 성과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리테일과 투자은행 등 사업기반이 탄탄해지면서 경상체력이 올라갔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 1조637억3300만 원, 순이익 1조2043억2500만 원을 냈다. 누적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1조 원을 돌파해 연간 이익 1조 원 클럽도 목전에 와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연간 순이익 1조 원 고지를 밟는다면 증권업계에서 최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 원을 달성한 증권사는 아직 없어 경쟁자들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은 2020년 국내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이 최초로 달성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누적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어섰다.
정일문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역사적 실적을 쓰기 위해 연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등 증시에 영향을 덜 받는 부문을 키워나가는 데 집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주식담보대출이 늘어나 이자수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브로커리지부문에서 탄탄한 실적을 냈던 것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하루평균 거래대금과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은 2분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최고점을 보인 1분기에 비해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산관리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2020년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투자은행 수익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투자은행부문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기업공개 등 주식자본시장(ECM)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증시가 둔화되면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국투자증권의 이러한 투자은행부문 성과는 향후 브로커리지수익 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 지분법이익은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통해 카카오뱅크 지분 26.97%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을 지분율만큼 지분법이익으로 인식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3일 "카카오뱅크의 주가와 상관없이 카카오뱅크의 이익에서 지분율만큼 지분법이익을 인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상승할 수 있는 유일한 증권사"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진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