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액화천연가스(LNG) 개별요금제 계약을 확대하는 데 힘을 받고 있다.
채 사장은 최근 글로벌 LNG 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가스공사가 장기계약을 통해 확보한 LNG 가격이 민간기업들의 직수입보다 저렴해 개별요금제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민간기업들과 연이어 개별요금제 계약을 체결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개별요금제는 가스공사가 개별 발전사들과 LNG 공급가격 및 조건을 각각 협상해 서로 다른 요금을 매기는 제도를 뜻한다. 기존에 LNG 도입 평균가격을 모든 발전사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평균요금제와 다르다.
최근 가스공사는 대기업 계열사인 현대이엔에프, GSEPS와 연이어 개별요금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GSEPS는 평균요금제 이용자가 개별요금제로 전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스공사는 이외에도 여러 기업들과 개별요금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 사장은 LNG 가격 상승세가 지속돼 LNG 직수입이 주춤하고 있는 만큼 개별요금제의 실적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LNG 직수입 물량은 425만7627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455만 톤)보다 6% 이상 감소했다.
LNG 직수입 규모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는데 7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LNG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민간기업들의 직수입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가스공사는 LNG 물량의 80% 정도를 중장기 계약을 통해 확보한 뒤 국내에 공급하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직수입보다 가격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LNG 저장시설과 배관망 등 강력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또 가스공사가 오랜기간 쌓은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 등 역량도 안정적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강점으로 꼽힌다. 올해 8월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와 LNG 장기도입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보다 약 1조2천억 원 이상의 비용을 줄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채 사장은 국내 LNG시장에서 가스공사의 주도적 지위를 지켜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스공사는 국내 LNG 도매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다. 하지만 LNG 가격하락 등으로 발전사들의 직수입 비중이 늘면서 가스공사의 수익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특히 안정적 에너지 공급 및 LNG 수급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가스공사의 공공성과 위상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받기도 했다.
7월에는 민간 LNG기업 10여 곳이 주도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LNG직도입협회’의 설립허가를 받아 가스공사와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채 사장은 LNG 직수입을 견제하기 위해 LNG 가격 변동이나 각 기업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개별요금제 도입으로 적극 대응에 나섰다.
2020년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도입영업본부에 개별요금처를 신설하고 산하에 개별요금기획부, 개별요금운용1·2부, 시설이용영업부 등을 편제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했다.
또 인력을 30~40명 정도 충원하면서 힘을 실었다.
이후 지난해 10월 지역난방공사를 시작으로 내포그린에너지, 한주, CGN율촌전력 등의 발전소들과 연이어 개별요금제 계약을 맺으면서 실적을 쌓았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개별요금제와 관련해 여러 발전사들과 접촉을 강화하고 있으며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LNG 수입은 가스공사가 단독으로 맡아오다가 1997년 민간에 개방됐다. 다만 도시가스사업법상 판매를 위한 수입은 불가능하며 민간회사가 소유한 공장 및 발전소 연료로 투입하는 자가 사용분만 직접 수입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